시장이 불안할 때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왜곡된 종목이 많다. 기업 구조와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들이 바로 이것.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에 변동성이 커졌을 때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종의 대표 종목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평가된 종목만 잘 발굴한다면 주가의 바닥이 단단한 만큼 오히려 수익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중소형주보다는 저평가된 대형우량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성장 전망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종목보다는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들 역시 건설·자동차·유틸리티업과 금융·보험·증권업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유리하다는 리포트를 꾸준히 내놓는다. 저평가 종목을 찾아 장기투자하는 전략은 시장의 우려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계동사옥. /현대건설
◆실제 가치 왜곡된 ‘건설·자동차·유틸리티’
현대건설은 최근 주가가 급등했지만 밸류에이션이 최저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을 미청구공사 부담, 해외수주 부진, 지배구조 이슈 등 저평가 요인 해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평가 매력을 발산한다.

현대건설에 대한 대신증권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했다. UAE원전 등 목표 공정에 도달한 대형 프로젝트에 따른 결과다. 해외수주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다. 40억달러로 추정되는 중남미지역 정유공장 등 대규모 해외수주 모멘텀이 임박했다. 지배구조 문제는 수주량 증가로 자연스레 해결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저가 해외현장 종료 효과와 주택부문 성장세 확대로 올해 실적개선이 점쳐진다.

현대건설의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5만8900원, 2만7350원이다. 지난달 28일 주가는 3만6350원이다. 대신증권은 현대건설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 목표주가 5만원을 유지했다.


현대차 역시 저평가됐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검토하면 신흥국 환율하락, 금융·기타부문 부진, 마케팅·연구비 증가 등의 수익성 부담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FTA에 의한 미국 수출관세 2.5% 경감, 투싼·크레타 등 CUV 호조, EQ900 생산량 증가, 신차 투입에 의한 인센티브 하락 등의 긍정적인 요인이 기다린다.

현대차 연결 매출의 12.1%를 차지하는 금융부문과 7.0%를 차지하는 기타부문은 각각 4.9% 영업이익률 및 적자가 발생해 최근 5년간 가장 부진했다. 마케팅비는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한 8920억원, 경상연구비는 26.9% 증가한 3400억원이다. 이는 제네시스브랜드 론칭, 친환경차 연구개발 확대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비 증가로 발생한 것이다.

KB투자증권은 현대차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19만원을 유지했다. 현대차의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18만4000원, 12만3500원이다. 지난달 28일 주가는 13만5000원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주가는 2011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올 들어 10%, 지난해 고점 대비 37% 하락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해외부문 현장들의 손실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은 해외자원개발부문에 대해 우려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국내사업부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태다. 1월 도시가스 요금이 9.7% 인하됐다. 도시가스 요금은 한국가스공사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료비연동제가 실시되고 매년 적정 투자보수액을 통해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최고 이슈였던 미수금도 계획대로 회수되고 있다. 지난해 총 1조4000억원이 회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2조9000억원 수준의 미수금 잔액은 2017년까지 전액 회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한국가스공사의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5만8000원을 유지했다.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5만2000원, 3만1450원이다. 지난달 28일 주가는 3만6850원이다.

KB금융. /사진=KB금융

◆저평가 매력 부각된 ‘금융·보험·증권’
KB금융도 실적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67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8.8%, 전년 동기 대비 17.4% 하락했다. 연말 대기업 구조조정과 올해 경기둔화 대비 보수적 충당금 적립, 한진중공업 자율협약에 따른 충당금, 200명 희망퇴직에 따른 발생비용 450억원 등에 기인한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순이자마진(NIM)이 0.04%포인트 하락했음에도 대출증가율은 3%에 달해 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은행부문의 효율성 확대와 투자수익률이 높은 비은행부문 자본투자를 지속해 자기자본이익률(ROE) 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이유로 교보증권은 KB금융을 업종 내 최선호 종목으로 유지했다. 교보증권은 KB금융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4만7000원을 제시했다. KB금융의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4만1900원과 3만1600원이다. 지난달 28일 주가는 3만300원이다.

한화생명 역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7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4.6%, 전년 동기 대비 75.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감소하는 이유는 변액최저보증적립금 1400억원과 성과급 30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하락은 저평가 구간으로 판단된다. 저금리 기조에도 공격적인 자산운용정책을 펼쳐 높은 투자이익률이 이어지고 올해도 70% 중반 수준의 위험손해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펀더멘탈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한화생명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목표주가는 9200원을 유지했다.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8550원과 6630원이다. 한화생명의 지난달 28일 주가는 6840원이다.

대우증권은 저가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투자는 대우증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각각 640억원, 524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21.7%, 5.4% 부진했다.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탁수수료수익 둔화와 비우호적인 ELS 운용·판매환경에 따른 상품운용 손익이 주원인이다.

여기에 인수합병(M&A)과 관련된 노이즈가 주가를 붙잡았다.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비율 등이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가됐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산업은행 지원 가능성 제거’를 이유로 신용등급 하향을 고려하는 점도 부담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대우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기존 1만4000원에서 1만원으로 하향했다. 대우증권의 지난달 28일 주가는 7780원이다.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1만7950원과 7380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