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DB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인수한 것. 게다가 삼성생명은 시장에서 자사주 300만주를 추가로 사들인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금융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금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삼성생명 아래로 모인 금융계열사

삼성생명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모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3만5500원, 전체 인수금액은 약 1조540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삼성카드 지분 34.41%(3986만주)를 보유한 2대주주였으나 이번 인수로 지분율이 71.86%로 뛰어올라 최대주주가 됐다. 

또한 삼성생명은 2946억원 상당의 삼성생명 주식 300만주(1.5%)를 장내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이미 자사주를 매입해 자사주 보유비율이 8.71%다. 이번에 추가로 자사주를 사들이면 총 10.2%가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금융지주회사 체제 준비를 위한 작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 대주주 변경의 의미 3가지’ 보고서를 통해 “중간지주회사법이 통과돼야 하는 등 당장은 (지주사 전환이)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중간금융지주사법)을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손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지분을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그리고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만약 개정법이 시행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0.06%만 보유해도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점을 이용해 삼성생명을 간접 지배할 수 있다. 

◆삼성생명 중심 금융지주사 전환?

자사주 보유량을 늘린다는 결정 역시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한다는 관측을 확산시킨다. 자사주는 일반적으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고 1대주주 지위에 올라야 한다.

삼성생명은 그룹 내 다른 금융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지분을 각각 14.9%, 11.1% 보유한 1대주주다. 삼성자산운용의 지분도 100% 가까이 소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카드의 1대주주가 되면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번 삼성카드 인수가 마무리 되면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고 1대주주여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일부 충족하는 셈이다. 

다만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까지는 중간지주회사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현행법은 일반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한다. 

또 지금처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비슷한 지분율로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는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업 계열사가 함께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일은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지주회사체제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