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바다에 둘러싸인 섬을 외로움, 서러움, 이별 등의 상징으로 인식했다. 섬에서 육지로 나가거나 반대로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지역 특성상 제주도를 유배지로 많이 활용했다.

임금이었던 광해군도 인조반정에 의해 폐위돼 강화도 인근의 작은 섬 교동도에 유배됐다가 제주도로 옮긴 후 사망할 때까지 제주읍성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조선시대 배의 성능은 매우 취약해 제주목에 유배되는 죄인이 탄 배가 표류하면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기록도 있다.

제주해협을 건너기 어렵던 시절이 아득해진 것은 제주도에 비행기가 오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바다의 사정인 파도가 심하면 배가 뜰 수 없던 시대에서 하늘의 사정인 폭설이나 폭우가 심하면 비행기가 뜰 수 없는 시대로 바뀌었다. 지난 1월25일 폭설로 제주공항이 42시간이나 운항이 중단돼 승객의 발이 묶이고 8만여명이 공항에 체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노선 세계 1위… 공항 포화상태

제주도관광객이 늘면서 김포-제주노선이 세계에서 비행기가 가장 자주 오가는 노선으로 떠올랐다. 제주국제공항의 연간 이용객이 김포국제공항 이용객 규모를 넘어섰고 활주로에 비행기가 워낙 자주 이착륙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연말 제주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와 온평리 일대 496만㎡ 부지에 4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연인원 2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길이 3200m, 폭 60m)를 건설할 계획이다.

제2공항 입지가 결정되기 전부터 성산읍 일대의 토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부동산 투기세력의 제주 진출을 억제하고 땅 투기로 인한 가격급등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부동산투기대책본부’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대책본부는 지역 부동산시장을 잘 아는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를 포함하는 모니터링요원을 지정해 투기적 토지거래와 실거래 의심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한다.

위법사항 발견 시 세무서,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자료를 제공하고 고발함으로써 부동산투기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제2공항 추진은 정상적인 부동산 매매거래 시에도 올해 제주 토지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라남도는 최근 폭설과 제주공항 마비사태를 계기로 서울과 제주를 철도로 잇는 해저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목포-해남 간 지상구간(66㎞), 해남-보길도 간 교량(28㎞), 보길도-제주도 간 해저터널(73㎞)을 건설해 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해남 보길도와 제주 사이를 이을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가로지르는 유로터널(50㎞), 일본의 본토와 홋카이도 사이 쓰가루해협에 건설된 세이칸터널(23.3㎞)을 넘는 세계 최장의 해저터널이 될 전망이다. 만약 서울에서 제주까지 고속철을 타고 한번에 갈 수 있다면 제주도의 부동산시장은 더욱 자극받을 전망이다.

◆투자이민제 도입… 가격 껑충

제주 전역의 부동산시장은 2010년대 들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제주의 토지가격이 대구의 뒤를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이 올랐다. 또 지난해 제주지역의 토지거래면적은 전년대비 32.4% 늘어난 107.6㎢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36.8배 수준이다. 매입자는 서울(20%)을 비롯한 타 지역주민이 40%에 달한다. 지난해 제주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률도 전국 광역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의 증가율은 2013년 제주가 3.0%로 전국 4.5%보다 낮았으나 2014년엔 14.5%로 전국 5.2%의 3배에 달했다.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년간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도 제주(42.6%)가 전국(12.2%), 서울(11.3%), 부산(13.2%), 대구(29.7%), 광주(21.8%)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실거주 수요지표인 주택 전월세거래량의 경우 제주가 전년대비 30.9% 증가해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33.5%) 다음으로 높았다. 아파트시장 활황에 투기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실수요 증가도 수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주도에 공급된 주택 수는 지난해 기준 총 21만5000호인데 근래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인구도 늘면서 주택부족현상으로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올해부터 앞으로 10년 동안 총 10만호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민간주택을 포함해 저소득층과 이주민을 위한 임대주택도 많이 공급된다. 또 원도심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소규모 택지와 읍·면 지역 택지를 개발할 계획이므로 제주도가 전체적으로 주거환경이 좋아질 전망이다. 각종 개발 호재와 더불어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에 따른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한 것도 제주 부동산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부동산시장이 가장 뜨거울 지역으로 제주를 꼽았다.

제주 부동산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투자이민제를 최초 도입(2010년 2월)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중국인의 토지매입이 급증해 2014년말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의 토지면적이 2011년말 대비 480%나 늘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50만달러 이상을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을 주고 5년 후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영주권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제도적으로 국내 부동산 매입 후 5년 뒤 다시 팔고 한국에 살지 않은 채 정기적으로 방문만 해도 영주권 자격이 평생 유지되는 허점도 제기됐다. 소위 ‘먹튀’가 가능한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