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학교에 간다. 책상 위에는 종이 교과서 대신 개인용 태블릿PC가 놓여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사는 디지털 실물화상기를 띄워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는 화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확대해 강조하거나 관련된 영상을 틀어 문제를 내기도 한다. 아이는 자신의 PC를 통해 중요한 부분을 캡처한 뒤 문제의 답을 작성하고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교사는 모든 학생의 답을 확인한 후 아이들 각자의 수준에 맞는 자료나 숙제를 부여한다. 부모들은 모바일 알림장을 통해 아이의 성적은 물론 가정통신문과 같은 각종 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다.
# 집에서 홈스쿨링하는 아이. 에듀테인먼트 로봇과 함께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이 로봇은 카메라, 음성인식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춰 아이와 실시간 소통하고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적인 부분까지 수만가지에 이르는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 공부를 마친 아이는 PC를 통해 그룹채팅방에 로그인한다. 화면에는 교사와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함께 나온다. PC공간에서 만난 아이들은 공부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시작한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의 논리력이 타당한지 누구의 이해도가 높은지 학습데이터프로그램이 세밀하게 개개인을 분석한다. 교사는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실시간 피드백을 진행한다.
먼 미래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서 시행되는 교실 안 모습이고 스마트한 교구들이 활용된 에듀테크프로그램 중 일부다. 전세계 아이들은 이미 개개인의 흥미와 수준에 따라 IT와 교육이 결합된 최첨단 맞춤형 공부를 하는 셈. 이에 질세라 국내 정부와 교육계도 에듀테크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기업들 역시 어떤 형태로든 에듀테크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 에듀테크, 교육패러다임 바꾸다
최근 교육업계에 따르면 교육프로그램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기존 초중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IT 솔루션·인프라를 제시하는 교육용 IT기기와 코딩교육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특히 어린이와 중·고등학생을 주 사용자로 삼은 스타트업업체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전통적인 에듀테크업체인 교육앱 개발사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실제 스마트폰 앱 검색을 통해 교육 카테고리에 접속하면 한글 쓰기, 그림 색 맞추기 등 유아 전용 앱부터 성인용 앱까지 수백개의 교육앱을 볼 수 있다. 외국어 분야에도 스타트업업체가 늘었다. 이 앱들은 작문을 도와주거나 단어 암기, 번역, 회화연습 등을 돕는다.
소셜플랫폼을 교육과 접목하는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학생-교사-학부모 간 소통을 도와주는 소셜플랫폼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학부모는 아이들의 가방을 뒤지지 않고도 모바일을 통해 그날의 가정통신문과 식단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는 아이가 숙제를 잘 했는지, 준비물을 잘 챙겼는지, 발표를 잘 했는지, 교우관계는 원만한지 등을 체크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을 중점에 둔 플랫폼 속 교사는 모바일프로그램을 통해 교실 안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아이와 비밀상담도 할 수 있다. 교사가 아이에게 남긴 피드백은 부모가 모바일로 직접 볼 수 있다.
개인맞춤형 학습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에듀테크 트렌드다. 말 그대로 각 개인에 맞는 지식을 제공하는 형태다. 수준별 수학문제를 제공하거나 오답노트를 작성해주기도 한다. 개인에게 맞춤화된 공부계획을 세워주는 앱도 있다.
오는 2018년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 SW교육이 포함됨에 따라 SW교육을 강화하는 기업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코딩교육. 비영리단체부터 교육업체, 대학 등도 코딩교육산업에 뛰어들었다.
과거 코딩이 컴퓨터프로그래밍, 즉 컴퓨터로 게임이나 홈페이지 나아가 윈도, 백신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에 국한됐다면 최근엔 그 범위가 확장돼 로봇이나 레고 등 다양한 도구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이 위에 명령이 부여된 색으로 선을 그리면 로봇이 그에 맞게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식이다. 각기 다른 색에 따라 다른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이 자연스레 아이들로 하여금 프로그래밍 능력을 깨닫게 하고 논리력과 사고력도 키워주는 것이다.
이밖에 전자칠판, 3D프린팅 등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기업들도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드론이나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원리를 습득토록 해 IT 이해도를 높인다.
◆ 빅데이터 맞춤형까지…기존 교육 ‘비틀다’
비단 스타트업업체만 에듀테크 대열에 합류한 게 아니다. 기존 교육업체들도 에듀테크 시대에 걸맞는 자체 교육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의 경우 지난 1월 IT개발실을 신설, 지난 2014년부터 운영 중인 회원제 독서서비스 ‘웅진북클럽’에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추가했다.
대교는 빅데이터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코칭으로 학습지원에 나섰다. 학생이 자주 틀리는 취약지식을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정오답 확률을 예측하는 게 특징이다. 교원은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쉽고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펜을 내놨고 재능교육 역시 올해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학습서비스를 시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IT와 교육이 결합된 패러다임이 교육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 교육이 why(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how(어떻게)에 대한 답을 얻는 방식”이라며 “그만큼 첨단교재나 기기 등 하드웨어적인 분야는 물론 논리력 사고를 키우는 소프트웨어적인 분야와의 시너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로봇이 교육을 대신하는 시대는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스마트폰의 혁신이 우리 생활을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켰듯 이제 우리나라의 에듀테크도 혁신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