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0대 대통령을 지낸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향년 9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사망원인은 울혈성 심부전(congestive heart failure)이다.

남편인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스트레이디로 활동했던 낸시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1921년 뉴욕 출생인 낸 여사는 1940∼50년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활약하다가, 1952년 당시 유명 남성 배우였던 레이건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이어 1956년 배우로서의 활동을 완전히 접고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 부인 소생을 비롯한 자녀들의 양육에 주력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1967년부터 1975년까지 주지사 부인으로 있으면서 베트남전 참전군인 돕기와 같은 대외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80년 남편을 따라 백악관에성한 낸시 여사는 퍼스트레이디로 있으면서 대외적으로 온화한 이미지에 조용히 내조하는 스타일로 비쳐졌지만, 막후에서는 남편에 대한 정치적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낸시 여사는 특히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약 퇴치 캠페인으로 꼽히는 '아니라고 말하라'(Just say no)라는 운동을 주도했으며, 퇴임 이후에는 남편이 앓던 알츠하이머병 퇴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한편, 레이건 전 대통령은 10년간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하다가, 2004년 6월 폐렴 합병증 탓에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이날 낸시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접한 미국 각계 인사들과 대선 주자들은 잇따라 애도성명을 내놓았다.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낸시 레이건이 지난 2000년 5월 백악관에서 회견을 한 뒤의 모습. /사진=뉴스1(AFP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