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는 '단팥방의 팥', '약방의 감초'와 같은 기업이 있다. 4조원에 달하는 국내 기계공구 유통시장에서 '빅 3' 중 하나로 꼽히는 케이비원이 그런 기업이다. 대구에 둥지를 튼 지역기업이지만 이 회사는 1968년 창립 이후 전국 곳곳의 산업현장을 누비며 거래처만 3500여곳에 달하는 '전국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단순한 작업공구는 물론이고 전동기계, 엔진기기, 측정공구, 절삭공구, 산업용품, 웰딩기자재 등 취급하는 제품 종류도 14만여개에 이른다.
화려한 연혁만큼 케이비원을 대표하는 또다른 수식어는 바로 '상 받는 기업.' 2007년 경영혁신기업 산업부장관상을 시작으로 케이비원은 ▲대구경북중소기업대회 대통령 표창(2013년) ▲기업혁신 부문 산업부장관상(2014년) ▲대구시 노사화합상(2015년) 등 매년 정부와 지자체 주관 시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창업자이자 케이비원을 이끌고 있는 김정도 회장(69)의 '50년 산업외길'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 케이비원과 기업을 세운 김 회장은 어떤 회사, 어떤 사람일까.
- 회사를 설립한 지도 어느덧 반세기다. 창립 초기 케이비원은 어땠나.
▶1962년 너트·볼트부터 시작해 공구의 기초를 배운 후 68년 대구 북성로에서 ‘경복기공사’란 간판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기계공구와 산업용품을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했다. 그러다 80년대부터 반도체와 첨단계측기 제품을 취급하면서 비로소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에는 한국 최초의 DIY 전문점 ‘핸디'(HANDY)를 오픈했고 이후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합한 제품들로 구색을 맞추면서 종합유통기업으로서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 지역기업이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기란 쉽지 않다. 케이비원을 어떻게 일궜나.
▶업계 정상에 서기까지 수십년을 매일 2~3시간씩만 자며 산업용품 유통시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특히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트렌드에 맞춰 자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지금의 케이비원을 만든 것 같다.
2004년 도입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전자결재시스템을 비롯해 2006년 구축한 균형성과 관리 및 직무분석(Balanced Score Card·BSC)시스템이 대표적이다.
- 케이비원은 국내 최초로 공구 카탈로그를 발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9년 해외에 의존하던 공구 카탈로그를 국내판으로 제작한 것이 시초다. 이후 2년 주기로 종합 카탈로그를 발간하고 증보 출간을 계속해 2015년 제12판에 이르렀다. 특히 제12판 '기계공구·산업용품 종합카탈로그'는 각 분야 최정예 전문가들로 구성된 카탈로그 제작팀이 만든 것으로 산업계의 호평을 잇따라 받았다. 39g 초경량 지질을 사용해 종전보다 크게 향상된 인쇄품질과 선명도를 자랑한다.
- 카탈로그를 보면 취급상품이 방대하다. 상품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현재 회사는 22개 분야, 14만여 종의 상품을 취급한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취급 품목이 방대해져서 우리는 앞서 언급한 자체 ERP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때부터 방대한 상품군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후에도 경영정보시스템, 그룹웨어, 온라인주문시스템(T-net), PDA바코드 시스템, 모바일 영업 등을 적극 도입한 것이 경영효율을 견인했다.
- 대외광고에 등장하는 캐치프레이즈 '정품판매, 정도경영'이 눈에 띈다.
▶상품을 팔기 이전에 고객에게 신뢰를 팔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신념이자 사훈이다. 고객에게 눈속임을 해서는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신뢰를 잃으면 모두를 잃게 된다. 우리는 조금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늘 정공법을 택했다. '정품이 아니면 만들지도 팔지도 말자'는 게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 개인적으로 기업활동 외에 사회환원 사업도 열심인 것으로 안다.
▶케이비원과는 별개로 고향 지역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옥포경복장학재단’을 운영 중이다. 2008년에 기본자산 10억원으로 설립한 이래 총 7회에 걸쳐 146명의 장학생들에게 3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러한 활동 공로를 인정 받아 2013년 케이비원은 '대구상공회의소 사회공헌기업'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저 또한 사업을 하면서 주경야독했던 힘겨운 기억이 많은 터라 돈이 없어 배움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케이비원은…
대구에 본사를 둔 산업용품 전문 유통기업으로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계와 공구, 산업용품을 국내외에서 생산 및 수입판매한다. 본사 외에 서울지사, 부산물류센터, 광주영업소, 창원영업소, 대전영업소 등의 사업장을 뒀으며 계열사로는 일본 전동공구를 수입해 판매하는 툴원이 있다. 300여명의 직원에 연매출 1500억원, 연간 1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