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와 대형기업이 밀집한 여의도의 점심시간 풍경이 변하고 있다. 여의도는 회사원이 많아 점심시간에 상권이 가장 활발히 살아난다. 점심을 먹으러 각 음식점으로 흩어졌던 인파가 식후엔 입가심을 위해 커피전문점으로 모인다. 그런데 최근 식후 디저트 음료에 변화가 생겼다. 여의도역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카페가 있던 자리에 여러개의 주스전문점이 생겼고 피크타임인 점심시간에는 주스전문점에 줄이 길게 늘어선다.
주스전문점의 번성은 여의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번화가라면 여기저기 건강하고 상큼한 맛을 자랑하는 주스전문점이 들어서는 추세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만 5만개일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여서 새로 생기는 카페들은 천연 과일주스나 차 등 전문음료로 세분화되는 것이다.
생딸기 신메뉴 제품.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농축주스 지고 착즙주스 뜬다
주스업계 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과거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과일주스는 주로 고온으로 농축한 원액에 물과 과일향을 섞어 만드는 농축주스 형태거나 각종 첨가물이 들어갔다. 카페에서 판매하던 과일주스도 생과일을 갈았다고 하지만 여러 첨가물이 섞여 건강에 도움되지 않고 맛도 텁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웰빙 흐름에 맞춰 과일이나 채소를 그대로 짜서 만드는 ‘착즙주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착즙주스는 기존 농축주스보다 과즙이 풍부하고 제조과정에서 열처리를 거치지 않아 영양소 파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과일과 채소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맛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착즙주스를 제공하는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커피만 찾던 소비자도 주스에 관심을 표한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착즙주스시장이 연간 300억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또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은 착즙주스시장이 2013년 210억원대에서 현재 275억원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음료업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과일주스시장을 앞으로 착즙주스가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착즙주스시장이 연간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길거리를 둘러보면 주스전문 프랜차이즈가 늘고 있다. 과일 수입과 경매를 담당하는 ‘쥬씨’는 지난 2010년 건대점을 시작으로 생과일 프랜차이즈사업을 본격화했다. 과일을 직접 대량 구매하는 이점을 살려 생과일주스를 2000~3000원대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최저가 보상제를 통해 쥬씨보다 싼곳을 신고하면 차액의 10배를 보상한다는 가격파괴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젊은층의 지지를 받으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쥬씨 가맹점이 급격하게 늘어나 450호점을 돌파했다.
신림동 작은 골목에서 시작한 ‘킹콩쥬스’는 대용량인 1리터 생과일주스를 2800원에 판매하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킹콩쥬스 역시 중간유통을 거치지 않고 과일을 공수해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생과일주스를 공급한다.
◆커피전문점도 주스 메뉴 강화
과일주스의 인기가 상승하자 커피전문점에서도 주스 메뉴를 강화하는 추세다. 카페 드롭탑은 토마토, 오렌지+자몽, 바나나, 딸기 등의 생과일을 통째로 사용해 제공한다. 드롭탑 제주지점에서는 제주산 한라봉주스로 신선마케팅을 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국내산 제철 딸기로만 만든 주스를 봄 시즌 한정메뉴로 내놓았다. 딸기주스의 3월 한달 매출이 카페베네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2년 과일주스전문점 ‘에볼루션 프레시’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현재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주스 메뉴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내추럴푸드기업 올가니카로부터 ‘저스트주스 클렌즈’를 공급받는다. 이 주스는 채소나 과일로 몸속 노폐물을 씻어낸다는 의미의 클렌즈주스다.
착즙주스 열풍은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풀무원은 ‘아임리얼’로 국내 착즙주스 시장점유율 64%를 기록, 1위를 질주 중이다. 아임리얼은 2007년 처음으로 출시된 후 2010년부터 연평균 61%의 성장률을 보였다. 풀무원에 이어 매일유업의 ‘플로리다 내추럴’과 웅진식품의 ‘자연은 지중해 햇살’이 착즙주스시장에서 2, 3위를 다툰다.
해외로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낸 국내 착즙주스전문업체도 있다. 가정용 원액기를 히트시킨 휴롬은 세계 85개국에 원액기를 판매 중이다. 휴롬은 전체 매출 중 해외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수출액이 매년 평균 50%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솔로데이(11월11일)엔 중국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2초당 한대씩 5만여대를 팔아 하루 만에 중국 3개월 판매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한국, 중국 등 7개국에 원액기를 활용한 착즙주스전문카페를 62개 오픈했다.
플로리다의 내추럴 포토행사. /사진제공=플로리다내추럴
◆해외선 ‘채소+과일’ 주스 급성장
외국에서도 비슷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농축 과일주스에서 착즙주스로 대세가 넘어오더니 이젠 채소와 과일이 섞인 건강주스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란다 커, 기네스 팰트로, 제니퍼 애니스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에는 건강주스가 빠지지 않는다.
건강주스를 매일 배달해주는 업체인 닥터주스의 조민 대표는 “미국에서의 건강주스 열풍이 한국에서도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 미국생할을 통해 소비자의 트렌드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지 실감했다는 것. 앞으로는 예쁘게 꾸미고 커피를 마시는 여성보다 옆구리에 요가매트를 끼고 주스를 마시는 여성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커피에 도전장을 내민 착즙주스의 관심주로는 업계 1위 풀무원을 빼놓을 수 없다. 풀무원은 1995년 창립 후 녹즙, 주스 등 신선건강식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스타벅스를 비롯 파스쿠찌, 카페베네 등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에 주스를 납품하는 흥국에프엔비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과일주스, 버블티, 스무디 등이 계절적 수요에 영향을 받는 만큼 2~3분기가 성수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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