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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서 30대 중국인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20여일 동안 시신이 담긴 물을 식수로 사용해온 셈이다.
10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30분쯤 구미시 공단동의 5층짜리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서 중국인 A씨(38)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시신은 최근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물탱크를 확인하던 중 발견됐다.

경찰은 포항에 주소를 둔 A씨가 부산에서 선원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20일 연고가 없는 구미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근무처와 임금체불 여부, 행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숨진 A씨는 물탱크 옆에 벗어 놓은 조끼 주머니에 중국여권과 현금 2만8000원, 임금체불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겼다. 중국어로 쓴 유서에는 "나는 노동자다. 그들이 나를 속였다. 회사가 3개월 째 임금 3만위안(약 540만원)을 주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현장 조사 결과 A씨가 지난달 21일 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20여일 동안 이 라인에 사는 10가구 주민들이 시신이 잠긴 물을 마셨다고 생각하니 끔찍스럽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해당 물탱크에 대한 소독에 나섰으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10일부터 입주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하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