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존 리 전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존 리 전 대표(48)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오늘(24일) 새벽 4시50분쯤까지 15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받았다. 옥시 대표를 지낸 외국인에 대한 소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전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며 현재는 구글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이날 리 전 대표를 상대로 제품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판매를 중단하지 않은 경위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제품 유해성을 인지했는데도 판매를 강행했다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리 전 대표를 상대로 캐물었다.

전날 오후 1시30분쯤 리 전 대표가 출석할 당시 피해자 10여명이 나와 "사과하라"고 소리지르면서 그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리 전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한국어로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조사실로 걸음을 옮기면서는 영어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리 전 대표는 신현우 전 대표(68·구속)가 물러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 대표를 역임했다. 이 시기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이 가장 많이 팔렸고 폐 질환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검찰은 리 전 대표 이후 2년간 재임한 거라브 제인(47) 전 대표의 소환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옥시는 당시 실험을 조작하고 피해자들의 부작용 호소 글을 지우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옥시의 요청을 받고 실험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에게 실험 의뢰 메일을 보낸 인물이 제인 전 대표로 드러난 상황이다. 다만 제인 전 대표는 현재 레킷벤키저 싱가포르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어서 소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