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물원 고릴라. /자료사진=뉴시스

미국 동물원이 고릴라 우리에 갇힌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고릴라를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오하이오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지난 28일 네살배기 아이가 사고로 고릴라 거주 지역으로 추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장벽 밑을 기어다니던 아이가 4.5m 아래로 떨어져 고릴라 우리 안에 진입한 것이다.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에서는 아이가 떨어지자 '하람비'란 이름의 고릴라 한마리가 아이를 낚아채 끌고 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고릴라는 잠시 멈춰 아이의 손을 잡으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동물원 측은 아이의 신변을 우려해 즉각 고릴라를 사살했다. 이후 동물원은 "사살 결정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면서도 사람보다 6배의 힘을 가진 고릴라는 한 손으로 코코넛을 박살내기도 한다면서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17세인 하람비는 멸종위기종인 서부로랜드고릴라 수컷이다. 이 종은 몸무게가 최대 275kg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영상과 함께 하람비의 죽음이 공개되자 동물보호단체 PETA는 트위터를 통해 아이의 부모와 동물원을 향한 비판 입장을 냈다. 일부에서는 하람비가 공격적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전 우리에 떨어진 아이를 암컷 고릴라가 보호해준 일도 있었다.

PETA는 "동물 우리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중으로 보호됐어야 한다"면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아이의 부모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또 지난 30일 오전까지 15명이 무고한 동물이 죽은 데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 서명에 동참했다. 일부는 죽은 고릴라 하람비를 위한 기념비를 세울 것을 요구했으며 동물원에 보이콧한다는 움직임도 일부 개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