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자료사진=머니투데이DB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경기가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경제지표 부진으로 세계경제가 정체 국면에 빠졌다. 비농업 일자리 수 증가폭은 전월대비 3만8000명에 그쳐 시장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경기 사이클이 저점에서 강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정체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미국경기뿐만 아니라 글로벌경기도 제자리걸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점이다.


◆미국 연준도 모르는 ‘금리인상’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에도 미국 국채금리와 주가는 박스권 등락을 나타낼 뿐 뚜렷한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경제분석가는 “미국 경기침체 재진입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여지는 아직 낮다”며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밝혔듯 미국경기는 완만한 회복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회복 기조를 예상하는 이유는 미국경기 사이클을 가장 잘 대변하는 ISM Imdex(제조업지수)가 개선 추세를 유지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미국경기를 견인한 주택경기 견조세 유지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유가 안정에 따른 소비활동과 광공업 생산 개선 가능성이 하반기 미국경기 회복 기조를 지지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수석은 “5월 고용지표로 촉발되는 고용시장의 지나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 수 증가폭 급감에도 불구하고 주간 실업 청구건수와 해고건수, 실업률 등의 여타 고용지표가 양호한 추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고용시장도 점차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추가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그 시점을 정확히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수석은 “6월 인상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앞으로의 인상시점은 경기지표 개선 강도에 따라 오는 7월이나 9월 혹은 그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시장에 긍·부정 영향 혼재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은 글로벌경기에 부담이다. 미국 고용지표 쇼크는 일단 미국경기 회복세가 기대보다 강하지 못해 국내경기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미국경기는 물론 중국경기 역시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경기 사이클을 감안할 때 연준의 금리인상 강도가 시장기대치보다 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금 제어 측면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이나 경기에 긍정적인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다분하다.

박 수석은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과 달러화 강세로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완화될 여지가 커진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원화는 약세 현상이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안정 가능성, 미국 재무부 장관 방한 등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기대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 물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돈 여파로 19.15원 급락했다.

◆‘침체 시그널’ 확대 해석 금물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경기 회복 강도가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를 침체 시그널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글로벌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기 직전 ‘숨 고르기’로 볼 수 있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5월 고용지표에서 몇가지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광업 부문의 노동시간 증가다. 급격한 유가 하락 이후 지속된 광업 부문의 하방 압력이 점차 해소될 것이란 기대로 풀이된다.

다음은 고용 부진을 주도한 상품생산부문의 개선이다. 제조업과 건설업부문의 근무시간과 임금 상승률의 호조는 해당 부문의 생산 개선과 고용 확대 신호로 해석된다.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하반기 미국 고용시장은 양적으로 다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다만 그 강도는 과거보다 다소 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것은 이르지만 현재 미국경기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가 다소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