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의 영향으로 국내 하반기 채권투자 전망이 밝아졌다. 브렉시트로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은 위험도가 높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투자로 관심을 옮겼다.

김경식 미래에셋대우 상품개발실 팀장은 “브렉시트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채권투자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고채금리, 연일 최저치 경신

국고채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수준을 갈아치웠다. 채권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채권값이 오른다는 의미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는 호재로 여겨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13%포인트 하락한 1.236%로 역대 최저치다. 이미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1년물과 5년물 금리도 각각 1.278%, 1.289%로 0.013%포인트, 0.015%포인트 하락했다.


장기물로 갈수록 금리하락 폭은 커진다. 10년물은 0.016%포인트 내린 1.484%에 거래를 마쳤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0.027%포인트, 0.022%포인트 하락한 1.576%, 1.606%에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채권의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브렉시트 여파로 인한 미국 금리인상 지연이 국내정책 기대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기대되면서 채권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가 미국 금리인상 지연과 유로존 경기 부진 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국내경기 하방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결과적으로 추가 통화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이후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면서 오는 8월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3분기 내 완화적인 스탠스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추경 편성 둘러싼 두가지 의견
정부가 브렉시트 대비책으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것과 관련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책방향 역시 특별한 기조변환을 보이지 않는 데다 사전예고된 정책들이 다수라는 점에서다.

백윤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에서 추경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일반적으로 추경은 채권시장에서 약세로 작용하는데 실제로도 추경 발표 이후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와 부진한 경기흐름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추경이 채권시장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재료로 쓰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추경 편성이 채권시장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이번 추경은 국채발행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하반기 추경 편성이 논의될 때 상당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을 우려했지만 추경 재원에서 적자국채 발행이 제외되면서 하반기에도 양호한 수급여건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경을 위한 재원조달 시 국채 발행 의존도가 높아 일각에서는 추경이 오히려 시장금리를 상승시키는 구축효과를 우려한다”며 “하지만 추경 논의를 앞두고 지난달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국채금리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이미 금리수준이 충분히 낮기 때문에 추경으로 인한 역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자산 선호로 쏠리는 투심

채권시장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채권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브렉시트로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지연으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채권투자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가는 중이다.

실제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올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KRX채권지수(총수익지수 기준)는 지난해 말보다 3.46% 상승한 173.62를 기록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채권형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1.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연초 후 -3.53%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국내 주식혼합형펀드의 수익률 역시 -1.16%로 국내 채권형펀드에 못 미쳤다.

국내 198개 채권형펀드의 1년 평균수익률은 3.64%를 나타냈다. 2년과 3년, 5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7.74%, 11.35%, 18.85%를 기록했다.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42개 국내 채권형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1년 평균수익률을 거둔 펀드는 ‘NH-Amundi Allset국채10년인덱스자[채권]Class A’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펀드로 10.54%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ABF Korea인덱스[채권](A)’이 8.28%,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퇴직연금자 1(국공채)’이 6.18%를 나타냈다. 또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스마트중장기(채권)종류C- 직판’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중장기[채권]클래스C-F’는 각각 5.99%의 평균수익률을 보였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 여파는 단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 조정에는 최소 1개월 이상, 길게는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채권이나 금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선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등의 교란요인이 아니라면 채권금리의 상승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채권금리의 하향 안정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