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8월 초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여름휴가 관련 검색어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선호 여행지로는 제주도(13.7%)와 부산(11.9%)이 1, 2위를 달렸고 해외여행지로는 일본(28.7%), 태국(12.4%), 필리핀(6.9%)이 순위에 올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한달 전까지 엔저 현상으로 일본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1위로 꼽혔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환율에 변동이 생겨 일본에 대한 선호가 다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동남아인 태국과 필리핀으로 여행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필리핀은 세부, 보라카이, 보홀 등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도시가 즐비하다. 하지만 필리핀여행 시 치안의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선뜻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치안상황이 극도로 불안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잠보앙가와 그 주변 도서는 우리나라 외교부가 지난해 여행금지지역으로 지정했다. 필리핀의 고질적인 치안 문제와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의 위험성까지 겹쳐 필리핀여행에 대한 인식이 크게 악화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두테르테, 범죄와의 전쟁 선포
그러나 지난달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꽤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격한 언행으로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린다. 범죄자 즉결 처형을 옹호하며 여성을 비하하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마약과 범죄의 도시였던 다바오시를 20년간 이끌며 범죄자 무관용 원칙의 처형정책을 펼쳤다. 미성년자 야간 통행금지, 야간 주류 판매금지 등의 정책을 시행한 것은 물론 자경단을 운영해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들었다. 다바오를 필리핀에서 가장 치안수준이 높고 범죄율이 낮으며 외국인 투자가 원활한 곳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가 벌이는 범죄와의 전쟁이 필리핀에 만연한 부정부패 네트워크를 단절시킬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는 취임 후 2개월 만에 마약범 100여명을 총살하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그를 주인공으로 한 모바일게임과 캐릭터상품이 출시됐으며 관련 관광상품도 등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거는 기대감은 미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피상적인 선입견으로 필리핀을 경제상황이 낙후된 곳으로 무시하지만 필리핀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무려 6.9%로 중국(6.7%)을 앞섰다. 필리핀의 1분기 고성장은 공공건설을 중심으로 건설과 제조업분야에 활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또 필리핀정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채가 44% 수준인 점도 글로벌 IB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금융·컨설팅업계 등은 필리핀의 현재 경제상황보다 미래의 기대치에 더 큰 기대를 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의 경제를 부흥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앞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부패와의 연결고리를 단절하며 농업분야의 투자확대를 이끄는 등 궁극적으로 필리핀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또 필리핀경제를 뒷받침하는 해외진출 노동자의 송금액과 안정된 내수시장, 인프라 개발 등으로 필리핀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참고로 한 학자가 필리핀 GDP의 14%가 해외노동자의 송금액에 의존한다는 통계치를 발표한 바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 밝아

필리핀은 앞으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필리핀이 2050년에는 세계 14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방글라데시와 함께 필리핀을 205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선정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싱가포르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글렌 맥과이어는 베트남, 인도, 필리핀의 앞 글자를 따 아시아의 ‘신VIP’라고 불렀다. 맥과이어는 이들 3개국이 강한 내수를 발판 삼아 무역부진으로 허덕이는 기존 신흥국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봤다.

신VIP 국가 중에서도 필리핀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첫째, 중국 수출의존도가 13.6%에 불과하다. 중국경제가 6%대로 성장속도의 탄력이 떨어지며 교역에서 중국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는 큰 악재가 됐지만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득을 보는 셈이다.

둘째, 원유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원자재 가격이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신흥국 중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베네수엘라,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데 비하면 필리핀은 여기에서 자유롭다.

셋째, 필리핀은 영어 사용국가로 해외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이 경제적으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의사소통이 편리한 점을 부각하며 필리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넷째,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기업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아직 외국자본과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정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외국인투자자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친기업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서다. 현재 필리핀 내 외국인투자지분이 최대 40%로 제한됐는데 이 규제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투자관점에서 필리핀을 본다면 주목할 상품이 있다. 필리핀 ETF인 ‘iShares MSCI Philippines ETF’(EPHE)다. 필리핀 ETF는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에 대한 경제전망이 좋을 때마다 증권업계가 언급했는데 앞으로 성장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