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한 몸부림 속 틈새시장 공략 성공
-국내 1·2위 업체 나란히 신제품 출시
-고성능, 높은 호환성으로 인기몰이
# 자영업자 이모씨(48)는 최근 6000만원이 넘는 수입 중형세단을 샀다. 들뜬 마음으로 가족과 주말 나들이를 떠나려고 설명서를 보며 어렵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지만 목록에 없다며 안내가 나오지 않았다. 목적지 주변 지역을 입력해 간신히 길안내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잠시뿐. 지방에 오니 지도에 도로가 그려지지 않은 곳을 지나는 경우가 많았다. 바다 위를 지나거나 산을 관통하기도 했다. 결국 화가 난 그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았고, 그 뒤로 순정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았다.
수입차 오너들의 공통된 불만사항 중 하나가 내비게이션이다. 순정제품이 달려있어도 업데이트가 늦어 이씨의 사례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경험을 할 때가 많고, 선택품목으로 고르더라도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매립하지만 호환성문제로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형태인 앞유리에 붙이는 거치형 내비게이션은 미관상 어울리지 않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은 편리하지만 화면도 작고 ‘전화기’ 본연의 임무도 수행해야 하니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그래서 일부 수입차회사들은 이미 달려있는 LCD를 활용해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을 쓴다. 초기엔 단순히 외부입력단자로 지도 화면만 띄워주는 수준이어서 화질이 좋지 않은 데다 별도의 리모콘을 제공했다. 혹은 거치형 제품을 매립하면서 일부 기능을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보니 최근엔 신차 출시 전부터 내비게이션 제조업체와 손잡고 자동차의 여러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내비게이션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뜨고 있다. 본체는 별도로 설치하고 차의 모니터만 이용하는 셋톱박스 방식이다.
◆본체 따로 모니터 따로
셋톱박스는 TV와 연결해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게 하는 기기를 지칭하는 용어다. 통신 기능을 갖춘 단말기 본체(box)를 TV세트(set)에 설치한다고 해서 셋톱박스(set top box)라고 부른다. 마찬가지 개념으로 내비게이션 본체와 모니터가 분리된 형태의 제품을 ‘셋톱’형 내비게이션이라고 한다.
수입차회사들은 국내 PDI(출고전차점검)센터에서 셋톱 제품을 설치한다. 최근엔 늘어나는 수입차 수요를 잡기 위해 애프터마켓용 제품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CUBE HD’와 파인디지털의 파인드라이브 ‘BF500 G digital’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출고 시 기본 장착된 LCD를 이용하기 때문에 호환성이 높고 순정 내비게이션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아이나비 CUBE HD’는 쿼드코어 1.4GHz CPU와 1GB 램을 탑재해 3D 전자지도를 통한 길 안내와 고해상도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한다. 글로나스(Glonass)와 GPS를 동시 지원하는 ‘U-Blox8’가 탑재돼 GPS 수신이 어려운 곳에서도 안정적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주행 중 운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운전에 최적화된 드라이빙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 또한 800만동의 건물을 현실감 있게 3D 모델링한 ‘아이나비 익스트림(Extreme) 3D’ 전자지도를 적용해 보다 정확한 길안내를 돕는다.
아울러 OBDII 단말기에 연결하면 차 진단 분석시스템인 ‘Drive X’(드라이브엑스)를 통해 ▲순간연비 ▲차 점검상태 ▲배터리 전압 ▲유류비 등을 안내한다.
파인드라이브의 디지털 셋톱박스형 내비게이션 ‘BF500 G digital’은 2014년 출시된 ‘BF500 G’의 후속제품이다. 영상 연결시 기존 아날로그 RGB방식이 아닌 디지털로 연결돼 텍스트와 그래픽을 또렷한 화질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제품도 장착 시 자동차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으면서 LCD, 리모컨, 조그 다이얼, 후방 카메라 등 수입차에 적용된 원래 기능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아틀란 3D 리얼타임’ 전자지도가 내장되며 서버기반 대용량 교통정보분석으로 보다 빠르고 정확한 실시간 길 안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스마트 파인드라이브 앱과 내비게이션을 연동해 음성으로 내비게이션 조작이 가능한 음성인식 무선 리모콘, 주차 위치를 전송받을 수 있는 주차 위치 알림 서비스, 스마트폰에서 검색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 등록 지점으로 원격 등록할 수 있는 등록지점 전송 서비스 등 전문 내비게이션 브랜드만의 다양한 부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순정 내비게이션 불만 덜어냈다
셋톱형 내비게이션은 국산차에도 설치할 수 있어 내비게이션 제조사에겐 블루오션이다. 거치형 시장이 쪼그라든 대신 매립형과 셋톱형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을 탑재하는 대신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이용해 화면을 그대로 비춰주는 방식을 적용한 차가 늘어난 점도 호재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순정 내비게이션에 대한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데다 최신 제품과 지도를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면서 “일반 매립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 경제성도 갖춘 셈”이라고 전했다.
파인드라이브 관계자도 “순정 내비게이션 고유의 디자인과 옵션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내비게이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에 소극적이었던 수입차 오너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망할 거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를 비웃듯 틈새를 공략할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보급되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오히려 호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냈다”며 “이들이 가진 길안내 노하우가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