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시대 지고 경영권 대물림 활발

제약업계가 젊어지고 있다. 주요 제약사 상당수가 기업을 일군 창업주 체제에서 오너 2~3세 체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것.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 전문성을 갖춘 젊은 오너 경영인의 등장은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한 제약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오너 2~3세 경영 전면 등장   


일동제약은 지난달 3일 오랜 염원이었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하면서 창업주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현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49) 사장이 의약품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일동제약 단독대표로 취임했다.

윤 대표는 연세대학교와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KPMG 인터내셔널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2005년 일동제약에 상무로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2014년 공동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동제약 측은 지주사 전환 목적을 각 사업부문의 독립회사 전환과 기업의 투명성·전문성 강화 및 투자 활성화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오너 2세에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 및 방어가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윤 사장이 핵심계열사의 단독대표를 맡은 것은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물론 윤 사장의 경영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 그는 일동제약 공동대표를 맡은 이듬해인 지난해 매출액(4763억원)과 영업이익(273억원)을 각각 14%, 64% 성장시켰다.

최근 윤 사장은 본업 외에 청소용품,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개척과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종합헬스케어그룹으로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 /사진=각사 제공

녹십자는 지난 3월 조순태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자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44) 사장이 단독대표에 올랐다. 
허 사장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학사, 동대학원 생물화학공학 석사, 코넬대학교 대학원 식품공학 박사를 취득한 이후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했다. 이후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 실장, R&D 기획실 상무·전무, 최고기술경영자(CTO), 기획조정실 부사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허 대표 체제 녹십자는 지난해 한미약품, 유한양행과 함께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제약업계 빅3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2.4% 증가한 4689억원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25.6%↓)과 순이익(37.1%↓)은 감소했지만 이는 R&D 및 시설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약한 수익성 하락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녹십자의 상반기 R&D 투자 비용은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었고, 지난달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을 2배 규모로 증설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북미시장 진출과 글로벌사업 확대 계획에 맞춰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성 갖춘 젊은 오너 경영자

JW중외제약은 이경하(53) 회장이 지난해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3세 경영이 시작됐다. 이 회장은 창업주 고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성균관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드레이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 중외제약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하며 C&C신약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중외제약 부사장, 사장, 한국제약협회 부이사장, JW중외제약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JW홀딩스와 중외제약 회장에 올랐다.

중외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4344억원이다. 눈에 띄는 경영 성적표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최근에는 표적항암제, 통풍치료제, 항염증제 등의 신약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오너 2세, 2014년 취임),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오너 3세, 2015년 취임),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오너 2세, 2016년 취임) 등 20여곳 이상의 주요 제약사에서 오너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은 젊은 오너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기존의 보수적 경영을 탈피해 위험성을 내포한 신약개발 비중 확대, 사업다각화, 해외진출 등 공격적 경영을 펼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