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면세점주에 한파가 불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란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불안에 떨었던 면세점주가 지난해 메르스 기저효과에 힘입어 다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신규 면세점사업자 입찰과 중국인관광객의 감소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추석 특수 없나… 면세점주 ‘하락’
현대산업개발과 HDC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발생해 중국인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로 지난 8월1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체 서울시내 면세점의 매출 70~80%를 중국인관광객이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돼 중국과의 관계는 면세점 영업 성패에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호텔신라의 주가는 낙폭이 과대하다는 의견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저가를 기록한 날부터 약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은 꾸준히 호텔신라를 사들였고 각각 544억원, 823억원의 누적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6일 호텔신라는 장중 6만9400원을 기록하며 5개월래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추석 명절과 중국 중추절을 앞둔 상황이어서 매출상승 기대감이 있었지만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지난 9월22일 기준 전고점 대비 7.5% 하락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신세계 주가도 호텔신라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드 불안감으로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가가 7~8월 면세점의 일평균 매출이 올랐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추석이 지난 후 하락전환했고 8월 중순 수준으로 회귀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더 침울하다. 지난해 7월 예상을 뒤엎고 신규 면세점사업권을 획득하면서 6만원대던 주가가 5거래일 만에 22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과부하가 걸렸는지 주가는 계속 우하향 곡선을 그렸고 지난 9월23일 기준 3만9250원까지 떨어졌다. 1년 새 80% 넘게 하락한 것. 면세점사업권을 따기 전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다음날 일각에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본사를 여의도 63빌딩으로 이전하는 것을 두고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면세점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분석이 나와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 9월22일 기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4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경쟁 치열해지는 면세점, ‘황금알’은 옛말
면세점주가 하락국면에 접어든 이유는 시장이 기대했던 ‘황금알’을 낳는 사업에서 점차 멀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는 최근 중국인관광객이 점차 줄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촉비용이 증가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방문객은 1041만3000명으로 2014년보다 100만5000명(8.8%) 감소했다. 이 상황에서 오는 10월4일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사업권 티켓 4장의 입찰이 예정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규면세점을 포함하면 서울시내에만 총 13개의 면세점이 들어서 2014년 6곳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윤 의원은 “관세청이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4개를 추가할 때 서울지역 방문자가 88만명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근거로 내놓았지만 관광객 추정치는 완전히 틀렸다”며 “신규 면세사업자로 진입한 업체들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규면세점 4곳을 더 허가하면 막대한 출혈경쟁과 함께 줄폐업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10월1~7일 다가오는 중국의 국경절은 면세점업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에 따르면 이번 국경절에 국내외 여행에 나서는 중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5억89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관광시장 규모도 13.5% 증가한 8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기준 추석과 국경절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42만7852명 중 절반이 중국인이었다.



◆호텔신라·신세계 ‘기대’… 한화갤러리아 ‘부진’
업계에 호재와 악재가 뒤엉켜있는 만큼 관련 종목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먼저 호텔신라는 면세점업계 상위 사업자의 지위를 굳혀 앞으로 발생할 신규 입점자들과의 경쟁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윤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르스 기저효과와 호텔사업 손익개선으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72% 증가한 3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적 방향성이 개선 국면에 진입했고 신규면세점 추가 우려도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만약 신규입찰에 참여해 티켓을 따내면 주가상승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도 지난 8월 이후 면세점의 일평균 매출이 급증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상승추세를 보일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말까지 면세점에 주요 브랜드 입점이 계속되고 내국인 대상 온라인면세점 개점도 예정돼 있어 일평균 매출상승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매출 5210억원을 달성해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경쟁심화와 영업적자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서울 면세점이 올해 3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면세점사업부의 영업적자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시내면세점의 수익성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