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형·김물길·오재철 작가(왼쪽부터). /자료=오재철 작가 제공

가을은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저마다 산과 바다, 국내·외로 친구와 가족 연인, 또는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억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그날의 감성을 일기로, 누군가는 사진으로, 또 어떤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듯 여행은 보는 것만이 아닌 그날의 감성과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록 또한 중요하다. ‘여행을 기록한다?’ 여행지를 보는 것만이 급급했던 기자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적지 않은 충격과 새로운 세계로의 걸음마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달 30일 세 저자를 만났다.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의 저자 탁재형, ‘아트로드, 한국을 담다’의 저자 김물길,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의 공동저자 오재철 정민아. 이들은 공교롭게도 8월24일 동시에 여행 책을 출간했으며 여행에 대해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고 기록한 걸 묶어낸 사람들이다. 세 저자의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은 비슷하기도 하면서 다르다. 여행은 왜 기록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기록하는 것이 자신한테 맞는 방법인지, 기록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여행작가 세 명에게 들어봤다.

-원래 세 분은 알고 지낸 사이였나.
▲오재철 여행대학(여행을 준비하거나 준비하는 방법을 모르는 여행 꿈나무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여행의 모든 것을 전수해주는 곳)에서 만나 인연이 되어 서로 친하게 지냈어요. (탁재형, 김물길 작가와) 셋이 원래 알기도 하고, 뭔가 해보고 싶기도 하고 컬러도 다르고요. 

/자료=오재철 작가 제공

-본인 소개, 제목에 담긴 의미에 대해 말해달라.
▲오재철 상업사진가로 활동하다가 결혼자금을 갖고 세계여행을 가게 됐어요.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제목은 (여행자들이) 남미를 첫 여행지로 선택을 하지 않는데, 그들이 꿈꾸는 곳이 남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지었어요. 표지도 미지를 바라보는 듯한, ‘꿈을 꾸세요’ 라는 의미에서 제목과 표지를 선택했죠.


▲탁재형 방송 다큐멘터리를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했는데, 방송 일을 하면서 여행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저만의 여행, 제 시각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으로 유명해요. 해외취재에서도 비를 쫄딱 맞기도 하죠. 사실 그냥 여행이면 비가 온들, 태풍이 온들 어때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빗방울 소리 들으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잖아요. 비가 싫었던 건 제가 다른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제목에는 ‘비가 오더라도 괜찮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김물길 본명은 김수로, 한자로 물수, 길로를 써요. 할머니께서 편지에서 ‘물길’이라 불러주셔서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돈을 모아 24세에 첫 번째 세계여행을 떠났어요. 다녀오니 재미없던 한국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새롭고 낯설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받아 자연스레 한국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여행을 하면서 계절을 담은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책을 쓰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나… 개인여행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가.


▲오재철 책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진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인위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진을 찍으면 이성이 먼저 활동을 하게 돼 자신의 진정한 순수한 감성이 나올 타이밍이 없죠. 사진은 오롯이 제 감정이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가는 곳 마다 그림을 그린다. 밑그림, 채색부터 도구도 들고 다니는데 계속 훈련을 해 왔던 건가.

▲김물길 그림 말고는 자신이 없었고, 그림을 원래 좋아했어요. 이번 여행의 경우 책 출간 얘기가 나오면서 ‘그림으로 책을 낼 수 있구나’하고 여행을 했는데 첫 번째 여행의 경우, 살아서 돌아오는 게 목적이었어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고 전혀 생각을 못했죠. 여행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게 사람들은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즐기려 하면, 여행의 호흡이 너무 빠르지만 않으면 다 할 수 있어요. 한국여행을 할 때에도 2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곳도 2박3일을 있곤 해서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게 봐요.

-메모를 할 때 사실을 주로 적나, 아니면 그 순간의 감정을 많이 적나.

▲탁재형 기록은 자체를 즐겨야 할 수 있죠. 자막을 쓰기 위해서는 저는 듣는 걸 다 적어야 했어요. 나이를 먹고, 술을 마시다보니 인간의 기억력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휘발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잊어버리기 싫은 감정, 말이 있으면 술을 마시다가도 수첩, 핸드폰을 통해 적게 됐어요. 책을 쓸 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보면 모든 게 적혀있진 않지만 간단한 키워드, 단어만으로도 많은 게 되살아났어요. 당시의 배경, 상황 등 단어가 단순히 단어가 아닌 그 당시로 데려가주는 열쇳말 같죠. 간단히 메모하는 게 중요해요.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