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정, 노무현 추억 "실무자 반대에 생각 바꾼 사람… 공직자는 권력자 종 아냐"

노무현 최낙정. /사진=페이스북 캡처

최낙정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화를 공개해 화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최낙정 전 장관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관 재직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일하면서 겪은 사연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 최낙정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언을 머뭇거리지 않는 자신의 업무스타일도 이해하는 합리적인 지도자로 기억했다.

최낙정 전 장관은 이날 '공직에 있는 후배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근혜정부 각종 비리의혹과 관련해 공직자가 가져야할 태도 등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최낙정 전 장관은 한번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게 "너 장관됐다고 나하고 맞먹으려고 하네"라며 지적하자, 자신이 "그래요 다 같은 국민의 종이고 한 끗발 차이인데 좀 맞먹으면 안 되나요”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은 또 "공직이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종이지 최고권력자의 종이 아니다"며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공직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논란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그는 "최고 권력자의 지시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공직에 나갈 자격이 없다. 왜 최고 권력자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가?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사욕이 앞서기 때문"이라며, 관련 수사 시작 후 줄줄이 구속된 박근혜 대통령 측근 공직자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 전 장관은 "28년간 공무원 생활하면서 상사와 많이 싸웠다. 어떤 일이든 내 생각과 일치되지 않으면 일단 토론을 했다.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면 서로 합당한 대안을 찾았다"며, 공직생활 동안 윗사람들과 싸우는 것도 서슴지 않았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사연도 소개했다. 최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의정부에서 8개월간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당시, 부하직원으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2003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됐다가, '실언' 논란으로 2주만에 경질돼 참여정부 최단명 장관으로 기록됐다.

최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관 시절에 대해 "민원처리가 특이했다. 일단 모든 것을 다 공개한다… 참모들과 같이 이 사안을 놓고 자유롭게 토론한다"고 추억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난 많이 배우곤 했다. 공직자로 폐쇄된 마음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마음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결정을 밀고 나가는 사안에 대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의 진심을 읽는다. 실무자가 저렇게 반대하는 것을 보니 이 사안은 없는 것으로 하자고 생각을 바꾼다"고 기억했다.

최 전 장관은 글 말미에 "이런 대통령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그리고 엄청난 끗발 차이라는 것도 모르고 덤볐던 그 기개가 어디서 나왔을까"라며 아랫사람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알았던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장관이라면, '대통령님 내려오십시오, 국민이 저렇게 원하는 데'라고 말할 것이다. 참 요즘 만나지도 못한다지. 그렇다면 나도 국무위원으로 더 이상 이런 대통령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며 사표 던지고 나올 것"이라며 현 공직사회의 문제에 대한 개탄으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