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 드러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할 전망이다.
지난 6일 재벌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주요 회원사의 탈퇴 혹은 전면적 개편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은 전경련 탈퇴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6일 국회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1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삼성, 현대, SK의 경우 전경련 회원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에 속하고 연간 회비에서도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탈퇴는 전경련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총수들이 탈퇴할 경우 전경련은 유명무실한 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총수들도 개별 회원사를 대신해 외압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할 전경련이 외압의 창구로서의 기능을 하며 불만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탈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경련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다른 총수들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식으로든 전경련의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연구단체로 개편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로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단체 정도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합쳐 연구단체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한 회원사 의견 수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확대되기 시작한 지난 9월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것은 없다.
약 35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 탓에 해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중이 큰 기업들이 탈퇴 의사를 보이며 전경련은 당분간 이름뿐인 유령단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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