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비하 의미로 쓰이던 ‘아재’가 최근 트렌드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썰렁한 개그에 ‘썩소’를 짓던 사람들이 센스 넘치는 ‘아재개그’에 ‘빵’ 터진다. 심지어 아재파탈, 아재슈머 등이 유통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재들은 어떻게 ‘폄하’의 대상에서 ‘친숙’의 대명사로 떠올랐을까. <머니S>가 정유년 핫 키워드로 ‘아재’를 선정, 경제와 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향을 끼치는 ‘아재문화’를 분석했다.<편집자주>
아저씨의 경상도 방언으로 다소 비하의 의미로 쓰이던 ‘아재’가 최근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어수룩하면서도 친근한 청장년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변신하며 문화 전반에 걸쳐 핫트렌드로 떠오른 것. 아재 하면 떠오르는 덥수룩한 수염과 볼록한 뱃살까지 매력 포인트로 간주된다. 여기에 ‘빵빵’ 터지는 '아재개그'가 더해지면서 바야흐로 ‘아재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아저씨의 경상도 방언으로 다소 비하의 의미로 쓰이던 ‘아재’가 최근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어수룩하면서도 친근한 청장년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변신하며 문화 전반에 걸쳐 핫트렌드로 떠오른 것. 아재 하면 떠오르는 덥수룩한 수염과 볼록한 뱃살까지 매력 포인트로 간주된다. 여기에 ‘빵빵’ 터지는 '아재개그'가 더해지면서 바야흐로 ‘아재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원빈. /사진=뉴시스 최한규 기자
◆조각미남 아저씨부터 수염 난 아재까지
2010년 8월, 우리는 ‘아저씨’의 신기원을 목격했다. 장동건·정우성과 함께 국내 영화배우 조각미남 트로이카로 불리던 원빈이 그동안 통용되던 아저씨의 틀을 깬 영화 <아저씨>로 여심에 불을 질렀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악당에게서 끝까지 지키려는 영화 속 원빈의 혈투는 뭇 남성들에게 나도 저런 아저씨가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특히 영화 속 원빈이 근육질의 상반신을 노출한 채 거울을 보며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빡빡 미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몇년이 지나 우리는 배우 조진웅에게서 원빈과 다른 유형의 아저씨, 이른바 ‘아재’를 마주했다. 2016년 초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 TV드라마 <시그널>에서 조진웅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열혈형사로 분해 절대권력과 맞섰다.
흔히 말하는 수려한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권력에 굴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땀 흘리는 마초적인 남성미를 뽐낸 그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젊은 여성들이 갖고 싶은 남자’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를 맨주먹으로 때려잡던 배우 마동석도 최근 떠오르는 아재의 대표주자다. 얼굴을 짙게 감싸는 덥수룩한 수염은 다소 험상궂은 외모를 더 부각시킨다. 어깨·가슴·팔뚝으로 이어지는 우락부락한 근육은 남성미의 정점이다.
하지만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의 험상궂은 외모와 근육 뒤에 감춰진 환한 미소다. 급기야 '마요미'(마동석+귀요미)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마동석. /사진=머니투데이 DB
◆‘부장님 개그’는 가라, ‘아재 개그’가 왔다
아재 전성시대는 외모뿐만 아니라 일상의 개그로까지 번졌다. 한때 '썰렁함'과 '노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부장님 개그'가 '아재 개그'로 불리며 새로운 개그 코드로 자리잡은 것.
사회인이라면 회식자리에서 '부장님'으로 대표되는 직장 상사의 숨 막히는 개그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부장님 개그'라는 용어에는 부서장의 비위를 맞추며 그의 재미없는 개그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정도까지 눈치 봐야 하는 직장인의 애환이 담겨있다.
부장님 개그가 다소 숨 막히는 개그라면 아재 개그는 친근하고 편안하다. 개그 자체만 놓고 보면 ‘재미없다’는 반응과 ‘센스있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새우가 어디 있죠?” “여기 있새우.”
“새우랑 고래가 싸우면 누가 이기죠?” “새우가 이깁니다. 새우는 ‘깡’이 있고 고래는 ‘밥’이니깐.”
유명 셰프이자 아재개그의 창시자로 불리는 오세득 셰프가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말한 아재 개그의 일부다. ‘새우가 여기 있어요’를 변형한 ‘여기 있새우’와 ‘새우깡’과 ‘고래밥’이라는 유명 과자 이름을 변형시킨 이 같은 답변은 어이없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지는 아재 개그의 한 예다.
이처럼 고리타분함을 대변하던 아재는 푸근하고 험상궂은 외모를 넘어 일상의 개그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아재 개그는 피하고 싶은 부장님의 숨 막히는 개그가 아닌 다시 생각나는 하나의 트렌드로 각인되며 ‘아재’를 대표하는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새우가 어디 있죠?” “여기 있새우.”
“새우랑 고래가 싸우면 누가 이기죠?” “새우가 이깁니다. 새우는 ‘깡’이 있고 고래는 ‘밥’이니깐.”
유명 셰프이자 아재개그의 창시자로 불리는 오세득 셰프가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말한 아재 개그의 일부다. ‘새우가 여기 있어요’를 변형한 ‘여기 있새우’와 ‘새우깡’과 ‘고래밥’이라는 유명 과자 이름을 변형시킨 이 같은 답변은 어이없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지는 아재 개그의 한 예다.
이처럼 고리타분함을 대변하던 아재는 푸근하고 험상궂은 외모를 넘어 일상의 개그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아재 개그는 피하고 싶은 부장님의 숨 막히는 개그가 아닌 다시 생각나는 하나의 트렌드로 각인되며 ‘아재’를 대표하는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조진중.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아재현상은 ‘문화 다양성의 결핍’
앞서 언급한 '아재현상'은 주로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번졌다. 영화와 드라마 속 아재는 조각미남도 있고 푸근하고 험상궂은 외모도 있다.
극과 극 외모지만 최근 여성들에게는 모두 갖고 싶은 남자들이다. 또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번진 아재 개그는 들으면 재미없지만 나중에 반드시 생각나는 매력덩어리다.
적게는 30대 중·후반에서 많게는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된 아재는 그동안 이른바 ‘꼰대’로 불렸다. 답답하고 맥락 없는 일방적 소통, 배려 없는 다소 폭력적인 언행 등으로 기피대상 1호로 통했다.
그랬던 아재가 최근에는 여성들이 갖고 싶은 남자로 변했고 나를 웃게 만드는 개그의 시발점이 돼 사회적 관심사로 자리했다.
하지만 아재현상은 근본적으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세대 간 불통에서 출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문화 다양성의 결핍’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조직 인구학의 기본은 세대 다양성이고 이는 가치·생각의 다양성으로 연결되는데 이를 표출하는 도구는 문화 다양성”이라며 “아재현상은 세대 간 불통에 따른 인정과 배려 등이 부족해 나타나는 ‘문화 다양성’의 결핍”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가정·직장에서 대체로 상명하달의 위계적인 문화가 짙어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유머나 행동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측면이 강했다”며 “최근의 변형된 아재현상은 이 같은 세대 간 불통에 대한 일종의 저항 도구이자 돌파구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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