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의외였다. 그동안 화장품업체 CEO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탓일까. 호리호리하고 세련된 인상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인터뷰를 위해 성남시에 위치한 더마펌 본사를 방문한 기자는 후덕한 인상과 함께 구겨진 면바지, 회사점퍼를 입고 나타난 차훈 대표와 그렇게 첫 인사를 나눴다. 


물론 첫인상은 외모에 불과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작고 굵은 목소리로 자신의 경영이념을 차분히 설명하는 차 대표에게서 첫인상의 촌스러움은 더이상 느낄 수 없었다. 차 대표의 좋은 화장품을 만들려는 시도와 노력은 '세련됨' 그 자체였다.


차훈 더마펌 대표. /사진=김정훈 기자

◆불만족스런 개발 과정… "아예 내가 만든다"
"좋은 원료를 바탕으로 한 화장품이 아니면 만들 이유가 없지 않나요."

최근 화장품업계의 화두는 저자극·친환경이다. 갈수록 깐깐해지는 소비자들은 내 피부에 화학성분이 닿길 원치 않으며 좋은 천연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친환경화장품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차 대표가 2002년 설립한 더마펌은 B2B(기업간 거래)사업을 진행하는 친환경화장품회사의 원조격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유해성 논란이 일며 업체들도 사용을 줄이는 추세인 파라벤 성분을 이미 10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또 본사 내에 수억원을 들여 화장품 원료개발 연구소를 개설했다. 대부분의 중소업체가 마진이 박하다는 이유로 화장품 개발을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상황에서 더마펌의 행보는 드문 케이스다. 그가 이렇게 친환경화장품 개발을 직접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처음엔 화장품개발을 국내 OEM(주문자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업체에 맡겼습니다. 한번은 '아이크림' 제조를 부탁한 공장을 직접 찾아가봤죠. 그런데 제가 넣어달라고 요청한 원료포대가 공장 구석에 그대로 방치된 겁니다. 바로 물었죠. 왜 이 원료를 넣지 않았냐고. 돌아온 답변은 깜빡했다는 겁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원한 원료가 단 1%라도 부족하게 들어간 화장품은 더마펌의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차 대표는 제품개발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야기도 들려줬다. "화장품사업 관련 미팅이 있어 중국 내 제품공장을 방문해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수십개의 변기가 화장실 한쪽 벽에 쌓여있더군요. '이게 왜 여기 쌓여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이 공장이 석고 마스크팩 제조현장이란 것이 생각났습니다. 변기에 있는 석고를 재활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길로 공장을 뛰쳐나왔습니다. 도저히 그런 제품을 수입해 고객에게 제공할 순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아예 직접 만들기로요."

이때부터 그의 '원료 고집'이 시작됐다. 좋은 원료가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았다. 원료를 사두고도 기한 내 쓸 수 없게 되면 미련없이 폐기했다. 좋은 음식이 신선한 식재료에서 탄생하듯 화장품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했다.


"좋은 원료에 대한 고집은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40년간 재직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뭐가 몸에 좋고 좋지 않은지 자연스럽게 체득한 거죠."

더마펌 본사 내부에 조성된 연구소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의료관광 메카된 한국, 더마펌엔 '도약의 기회'
그렇게 더마펌은 지난 10년간 국내 2800여개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제품을 공급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국내외 유수 병원과 전문숍에 제품을 공급하며 미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약 19개국으로 수출도 한다. 특히 더마펌은 파라벤이나 탈크(석면추출물) 등 우리 몸에 유해할 수 있는 10가지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10Free' 화장품을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차 대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직 매출성장세가 안정기에 들어서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최고의 원료만을 고집하다 보니 마진율이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정도다. 

"한류열풍으로 한국화장품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깁니다. 특히 한국이 의료관광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브랜드 더마펌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찾아온 거죠. 그래서 요즘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더마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차 대표의 공언처럼 더마펌은 올해 B2B시장은 물론,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일단 오는 2월 중 본사 내 펩타이드연구소를 증설할 계획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결합한 호르몬성 단백질의 일종으로 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펩타이드로 만든 화장품은 피부흡착력, 보습효과, 영양공급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표는 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한 펩타이드 성분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화장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한 블로그, 페이스북, 체험단 모집, 공식쇼핑몰 오픈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전개한다. 2월에는 획기적 주름개선 제품 '바이오 톡'을 국내는 물론 전세계 19개국에 동시 론칭한다. 20~30대를 겨냥한 더마펌 전문브랜드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싼 제품보다 내 피부에 맞는 고품질 화장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차 대표. 그의 공언대로라면 더마펌의 미래는 밝다. 차 대표의 15년 노력이 올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