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어디로 흘러갈까. <머니S>가 기준금리 흐름을 전망해봤다. 은행 PB, 증권사 애널리스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기준금리 전망을 들어보고 달라지는 금융환경에 맞춰 금융소비자들이 준비해야 하는 자산관리전략도 알아봤다. 또 해외 중앙은행이 세우는 기준금리 계획을 통해 저성장 위기, 트럼프리스크를 대비하는 통화정책 방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 지난 1월13일 올 들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됐다. 이날 이준열 한국은행은 총재는 예상대로 금통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은은 지난해 6월 전격적인 금리인하(1.50%→1.25%) 이후 7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그만큼 한은이 대내외 여건상 선제적인 금리조정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금융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금리카드를 최대한 아끼는 모습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자본 유출입도 중요한 요소지만 경기와 물가를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날 금통위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의 상황을 이같이 돌려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실물경제 상황뿐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올해 출범한 미 트럼프정부의 경제정책과 올 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나올 리스크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면서도 인하가 마냥 자유롭지 않은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심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스1 DB

◆올리자니 ‘경기침체’ 고민
시장은 여전히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는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치가 됐다. 여기서 금리를 인상하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깔려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연결돼 저소득층과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그동안 금리인하카드를 자주 꺼냈다. 정부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면서부터다. 2015~2016년 한국은 부동산 호황에 따른 건설투자와 정부의 추경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간신히 떠받쳐왔다.


대출금리에 연동된 가계부채의 상환부담액은 소비증가율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 경기둔화로 연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율을 0.6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4%로 낮췄고 다른 민간·국책연구기관도 2%대 초중반으로 잡았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가졌다고 본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미국이 올해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우리나라 금리와 간극이 있고 최근 국내경제가 극도로 위축돼 성장률이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아직 기준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판단돼 이 같은 위기를 탈출하려면 금리인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올해 0.25%포인트씩 두차례 추가 인하해 기준금리를 연 0.75%포인트까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금리인하카드를 섣불리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금통위가 고시한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수준인 1.25%다. 금통위는 2012년 7월12일 3.2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래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인 인하 스탠스를 취해왔다. 4년 동안 2%포인트를 인하해 지난해 6월9일엔 사상 최저인 1.25%로 내려왔다. 한은은 이후 7개월째 ‘사상 최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근근이 동결로 버텨온 것이다.

/사진=뉴스1 DB

◆내리자니 ‘자본유출’ 우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에 따른 ‘자본유출 쇼크’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금리 차는 0.50∼0.75%포인트다. 미국이 올해 0.25%포인트씩 세차례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1.25~1.50%로 한국의 현 기준금리보다 높아져 자본유출 압박이 커진다. 이미 미국이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린 이후 3개월간 외국인 자본 6조3340억원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가 금리를 내리거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 폭이 더 줄어 자본유출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2∼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그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의 통화정책과 환율뿐 아니라 수출 등 실물경제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본이 신흥시장을 빠져나가 미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금리정책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내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세는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29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말보다 38조1700억원(3%), 전년보다 130조9000억원(11.2%) 늘어난 것으로 총량과 증가율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첫달인 10월의 은행 가계대출이 7조5000억원 늘었음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잔액은 이미 1300조원을 돌파했다.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다면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계속돼 ‘경제뇌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인하 둘 다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인 셈이다.

한은으로서는 국내 경제성장 둔화 및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부진 우려가 크지만 금융시장 불안,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경 역할론 부각… 부작용 우려도
통화당국이 당장 금리카드를 쓰기 여의치 않다 보니 금융안정을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당국의 애매한 행보 때문에 금융시장의 혼돈이 크다”며 “명확한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안한 정책 컨트롤타워,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급랭, 기업 구조조정 등 국내 경제 리스크가 미국의 금리인상과 결합하면 과거와 달리 충격을 키울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부각되는 방안은 추경의 역할론이다. 불어난 세입 여건을 발판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화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추경의 역할론이 더욱 강조되는 국면이다.

그만큼 기획재정부의 부담도 커진다. 기재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한 지 얼마 안됐고 재정을 조기 집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 추경 편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경이 원래 정상적인 게 아니고 본예산에 담는 게 원칙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경제상황을 지켜본 후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신 재정 조기집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당겨써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58%로 정하고 1분기에만 역대 최고인 전체 예산의 31%를 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해마다 재정 조기집행으로 ‘땜질식 처방’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기집행은 상반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점이 있지만 예산집행이 부실화되는 요인 중 하나기도 하다. 따라서 해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하반기 재정절벽→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해도 국내 경제는 추경 편성과 금리인하로 간신히 버텼다. 올해는 추경 효과가 사라지고 금리인하를 막는 요인이 많아 다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체질 개선 등의 근본적인 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추경 편성, 조기집행에 앞서 기준금리 인하로 떨어지는 성장률을 떠받치는 한편 구조조정 시 실업률 조정을 병행해 경제 최대 위협요인인 실업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천구 연구위원도 “재정지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임금상승률과 가계소득 상승률이 정체된 상황에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용시장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가계소득이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만큼 고용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 수출부진과 투자위축, 구조조정 지연,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 암울한 요인이 한국경제를 둘러싼 현재로선 경제 3주체, 즉 정부·기업·가계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설합본호(제472호·제4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