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의 성지’ 동대문이 위기다. 성장을 거듭해 온 동대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암초를 만난 것. 중국과의 갈등은 도·소매 구분 없이 타격을 입히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오로지 사드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머니S>가 동대문상권을 긴급 진단했다. 위기의 근본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책이 뭔지 짚어봤다.<편집자주>

동대문은 청계천과 동대문운동장역, 동대문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우리나라 대표상권이다. 수년간 해외관광객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동대문 상권이 서서히 빛을 잃고 있다.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내국인의 발길이 뜸한 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국관광축소정책 여파로 동대문 쇼핑몰들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내부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두타·동현아, ‘한한령’에 직격타


#1. 지난 1일 오후 두타면세점을 찾았다. 면세점 곳곳에 배우 송중기의 판넬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D3에 위치한 ‘태양의 후예관’. 이곳에서 많은 중국인관광객(유커)이 송중기 판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매장에는 손님이 없었다. 태양의 후예관에서 만난 한 유커는 “송중기 팬이라 이곳에 들렀다”며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다른 면세점처럼 북적거리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사진을 찍은 뒤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은 채 두타몰을 빠져나갔다.

두타면세점. /사진=박효선 기자

두산그룹이 지난해 5월 야심차게 오픈한 두타면세점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방한하는 유커마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9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영업손실만 27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매출도 3억4000만원으로 대기업 신규면세점 중 가장 저조하다. 개점 당시 두타면세점은 연매출 목표를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장은 해마다 바뀌었다. 2015년 11월부터 두산의 면세점사업을 이끈 이천우 대표가 물러나고 지난해에는 동현수 두산 사장이 맡았으나 올해는 조용만 두산타워 대표(부사장)가 새롭게 두타면세점의 지휘봉을 잡는다. ‘올빼미족’을 노렸던 새벽 영업도 접었다. 영업시간을 새벽 2시에서 밤 12시로 앞당긴 것.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실적 악화에 따른 영업단축이 아니라 점포마다 영업시간이 달라 이를 통일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대문은 유커가 명동 다음으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타 면세점보다 상권 이점이 있다”며 “사드 영향과 상관없이 개별관광객(싼커)이 많이 찾아와 오픈 당시보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1층 매장. /사진=박효선 기자

#2. 같은 날 동대문 두타면세점 인근에 있는 동대문 현대시티 아울렛(동현아)도 둘러봤다.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이 유커를 겨냥해 문을 연 동현아에는 중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아 보였다. 층마다 분위기도 달랐다. 체험형 매장인 지하1층에는 책을 읽거나 쇼핑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1층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수록 한산했다. 평일 오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막함이 감돌았다.
개장 초반 누적매출 110억원을 넘어서는 등 순항했던 동현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유커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올해 현대시티 아울렛 동대문점 매출목표 2000억원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현대백화점도 유커의 빈자리를 채울 싼커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싼커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할인행사 및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어스몰 전경. /사진=박효선 기자
DDP 살림터. /사진=박효선 기자

◆유어스·DDP, 끊이지 않는 잡음
동대문 유어스 쇼핑몰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동대문상권의 대표 쇼핑몰로 불리는 유어스몰은 지난해 9월 운영권이 서울시로 넘어가면서 입주 상인과 서울시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이렇다. 유어스몰은 2006년 서울시 민자주차장인 동대문주차장에 증축된 건물로 당시 문인터내쇼날이 공사자금 350억원을 지원해 10년간 사용권한을 갖고 운영했다. 그러나 10년 기간이 만료돼 운영권이 서울시로 넘어오면서 입주 상인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기존 상인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시의 운영을 반대했고, 서울시는 유어스몰이 명백히 시 소유이며 상인을 위한 지원방안도 충분히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상인들과 이견을 좁히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동대문상권을 제2전성기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2014년 성대하게 문을 연 DDP는 디자인장터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약 25평(83㎡)의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가 월 15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상인들이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동대문을 디자인 메카로 만든다는 취지 아래 설립된 DDP 살림터마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살림터는 상품판매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DDP 디자인장터와 살림터의 경우 각각 GS리테일과 디자인하우스에 위탁해 운영 중”이라며 “디자인장터 임대차 계약이 오는 3월 만료되는데 입찰공고를 내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GS리테일이 계속 맡게 된다면 기존 상인들이 재계약할 때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만 다른 업체로 교체되면 상인들의 재계약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살림터에서는 제품과 함께 문화교류가 이뤄지도록 하고 알림터의 경우 동대문상권이 저녁시간에 활성화되는 점을 감안해 전시관을 밤 9시까지 여는 등 방문객이 동대문에 머물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