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에 세슘이 들었다네요? 물티슈와 기저귀에 이어 아기가 먹는 것까지, 이젠 무엇을 믿고 먹이고 입히나요? 한숨밖에 안나오네요.” 젖먹이 아들을 키우는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일명 ‘강남 분유’로 불리는 독일 압타밀 분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부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일본 시민단체 NPO가 진행한 분유 성분 분석조사 결과에 따르면 압타밀 제품에서 세슘-137 성분이 0.697±0.050㏃(베크렐)/㎏ 검출됐다.
세슘은 방사능 유발물질이다. 특히 세슘-137은 핵분열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감마선을 방출해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 칼륨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어 인체에 체내피폭을 유발하는 등 위험도가 극히 높다. 세슘에 노출되면 전신마비, 골수암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검출된 세슘의 양은 성인의 연간 피폭 허용량(5mSv)을 기준으로 한 국내 기준치 370㏃/㎏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독일방사성방호협회나 핵전쟁방지국제의학자기구 독일지부가 영유아용 식품에 적용한 기준치인 4㏃/㎏에 비해서도 낮다.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준치 미만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달래지는 못했다. 최근 메탄올 물티슈, 살충제 기저귀, 합성첨가물 어린이 홍삼 등 영유아용 생활용품 및 식품 관련 논란이 잇따라 발생해서다.
한 주부는 "하기스 물티슈에서 메탄올 성분이 검출됐다고 해서 반품하고, 비싼 가격에도 믿고 샀던 팸퍼스 기저귀는 살균제 성분이 나왔다는 소식에 놀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분유도 이것저것 갈아타다 이제 막 압타밀로 정착했는데 도대체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경악스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부들은 ‘아이가 먹고 쓰는 것만큼은 장난치지 말라’고 절규한다. 주부들의 배신감이 폭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비싸고 구입하기 까다롭더라도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를 하는 주부 고객은 영유아용품 관련업계에서 가장 예민하고 까다로운 고객층으로 분류된다. 아이가 먹고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가장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민다. 제품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입소문 정보를 공유하는 주부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충성고객이다.
그만큼 엄마는 지혜롭다. 판매에 급급해 품질관리에 소홀하다간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극미량이라 괜찮다, 안전하다”는 해명을 어느 엄마가 믿겠나.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다. 소비자가 믿고 사고, 믿고 먹고,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국내에서 꼽으라면 어디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