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viasat 홈페이지 캡처
비행기는 현대인에게 얼마 남지 않은 ‘연결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출장길의 직장인에게 비행기에 있는 시간은 상사와의 통화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자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내 인터넷이 급격히 대중화되고 있어서다.
◆ 비행기 ‘통신 사각지대’는 옛말
그간 여객비행기는 ‘통신’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왔다. 공중에 있는 비행기에 일반적인 통신망이 영향을 미칠 리는 만무했다. 미국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인 에어폰이 1984년 최초로 기내전화서비스를 실시하기 전까지 여객기에서 일반승객이 지상과 통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종사가 항공용 주파수를 사용해 관제탑과 통신하는 것을 제외하곤 일체의 통신이 허용되지도 가능하지도 않았다.
기내전화는 빠르게 확산됐지만 비싼 비용 탓에 널리 사용되진 못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이 1994년 ‘스카이폰’이란 명칭으로 위성전화서비스를 실시했다. 대한항공 B747-400기에 처음 설치된 스카이폰의 이용료는 분당 7440원 수준이었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고선 어지간해선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였던 셈이다.
하지만 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내에서 인터넷까지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국내 항공사는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라 익숙치 않을 수 있지만 이미 상당히 대중화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국내외 기내 와이파이서비스 동향'에 따르면 기내 와이파이서비스의 제공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비행기 탑승 중에도 지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위성기구(INMARSAT)가 지난해 비행기 탑승객 9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기내 광대역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탑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EU 등의 해외 주요국가에서 관련 규제도 완화되며 다양한 사업자가 무선인터넷사업에 진출했다.
북미의 경우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캐나다항공 등이, 유럽에서는 ▲루프트한자 ▲터키항공 ▲노르웨이항공 ▲이베리아항공 등이 적극적으로 와이파이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시아에서도 ▲에미레이트항공 ▲싱가포르항공 ▲JAL ▲ANA ▲사우디항공 등이 적극적이다. 사용요금은 서비스별로 다른데 1시간 기준 5달러~20달러까지 상이하다.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국·내외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동향'
국내항공사의 경우 아직까지 기내 와이파이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 보잉의 자회사인 커넥션바이보잉(CBB)이 개발한 인터넷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인터넷서비스 속도가 고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CBB는 2006년 해당 사업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도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환경에 적응된 국내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의 속도였다”고 회상했다.
◆ 빨라진 기내인터넷, 국내 항공사도 도입할까
하지만 기내 인터넷은 최근 속도 측면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해외항공사의 인터넷서비스를 사용한 지인은 “국내 사용자에게는 다소 느릴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웹서핑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내 와이파이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는 ATG(지대공 방식)과 위성 방식, 그리고 이들 방식을 혼합한 GTO(Ground-To-Orbit) 방식이 있다. ATG는 비행기 하부에 안테나를 설치해 항공기 이동경로를 따라 지상기지국과 연동하는 방법이다. 현재 최대 9.8Mbps까지 지원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국·내외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동향'
위성 방식의 경우 기체 상단에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고 위성을 통해 다양한 신호를 지상에서 위성으로, 그리고 다시 위성에서 지상으로 주고받는 방식이다. CBB가 사용했던 방식인데 현재는 통신속도가 대폭 늘어나 15~32GHz 대역을 사용하는 ‘Ka 밴드’는 최고 70Mbps 수준의 속도를 낸다. GTO 방식은 위성을 통해 신호를 수신하고 지상 기지국을 통해 신호를 송신하는 방식이다. 최대 60M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이런 기술발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도 장기적 관점에서 재도입을 고려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기술발전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 측면에서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내년 새로 도입할 예정인 항공기 A350에 와이파이 설비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단, 비용과 속도에 있어서 국내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를 충분히 따져본 뒤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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