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 19대 한국수출입은행장 취임식에서 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수출입은행 제공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출항을 위한 닻을 올렸다. ‘40년 만에 적자’, ‘BIS비율 최저 수준기록’이라는 암울한 역사를 써가는 수은에 최 행장이 구원투수로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최 행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문제다. 대우조선은 산은과 수은에 빌린 4400억원을 자구노력으로 상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좀처럼 조선·해운업황이 나아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주채권은행이 대우조선에 최소 2조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이 내년 1조6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데다 매달 운영자금이 1000억원이나 부족해 정부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에 쏟은 금액은 3조8200억원. 앞으로 2조원의 추가 금액이 투입되면 부채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저조한 실적, 또다시 대우조선 지원 부담

수은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월말 현재 9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이 기사회생하지 못하면 부실이 수은에 전이되는 구조로 추가 지원에 따른 익스포저가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각에선 대우조선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은 국책은행이 충당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수은은 대우조선을 포함한 조선·해운업계의 부채로 충당금 적립이 늘면서 건전성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수은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1.15%로 전년도에 비해 0.25%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국내은행 평균인 14.92%보다 3.77%포인트 낮은 수치다.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III에 따라 수은은 2019년까지 자기자본비율 13.00%, 기본자본비율 11.00%, 보통주자본비율 9.50%를 맞춰야 한다.

현재 자본건전성 기준에선 무리 없지만 계속된 부채부담으로 건전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아직까지 수은은 대우조선 지원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최 행장은 정부와 산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수은의 입장을 표명하고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중을 보인다.

최 행장은 "대우조선을 포함한 조선업과 해운·플랜트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인 만큼 지원을 계속하겠다"며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역시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는 작지만 성동조선 구조조정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수은은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이미 두차례 인력을 25% 감축한 데 이어 올해 수주실적이 한 건도 없어 내부사정이 좋지 않다.

최 행장은 “조선·해운업 기업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 우량 기업은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산업과 기업에 과감한 지원 의지를 보여줘 기업이 수주경쟁력을 높이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낙하산 출신, 꼬리표 뗄까

조직장악도 최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특히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모방식을 언급하면서 내부출신 행장에 대한 목소리가 컸던 만큼 내부 전열이 필요해 보인다.

최 행장은 기재부 출신으로 국제금융국장과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SGI서울보증 사장을 맡았다.

금융권 안팎에선 관료 출신의 국책은행장 취임에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1993년부터 2014년까지 옛 재무부 출신이 독식했던 수출입은행장 자리가 또 다시 관료 몫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수은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시장의 목소리를 내는 민간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민간출신인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우조선의 추가 자금투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반면 최 행장은 취임부터 "대우조선 지원에 정부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서다.

아직까지 은행 내부에서는 최 행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역대 수출입은행장들이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혀 며칠간 공식업무를 시작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최 행장의 경우 비교적 협조적인 분위기로 노사관계를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수은 관계자는 "최 행장이 취임 전 노조를 찾아 상견례를 갖고 수은의 현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노사가 수은이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내부조직이 화합해 적자해소, 구조조정 마무리, 사업 발굴 등에 한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