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아시아나 A350XWB, 오른쪽 대한항공 B737-9 /사진=각 사

최근 대한항공이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사의 B787-9 기종을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4월엔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버스사의 차세대항공기 A350XWB를 들여올 예정이다. 국내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보잉에 에어버스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라 차세대 중형항공기시장을 시작으로 체급 별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국내 항공기 등록현황은… ‘보잉’ 우세

지난 9일 기준 국내엔 총 761대의 항공기가 등록됐다. 국제항공기운송사업 350대, 소형기항공운송사업 33대, 항공기사용사업 171대, 자가용 207대로 이 중 비행기가 569대, 헬기는 189대다. 자가용 중에선 산림청이 45대로 가장 많아 1위며 모두 소방헬기다. 한서대는 비행기 25대, 헬기 3대, 활공기 1대를 보유했고 항공대는 비행기 25대, 활공기 1대가 등록됐다. 지자체 중에선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헬기 3대씩으로 보유대수가 가장 많았다.

제주항공 737-800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눈여겨 볼 건 항공기 제조국가와 제조사다. 미국이 가장 많은 470대를 차지했고 이 중 보잉사가 만든 건 239대다. 유럽에선 프랑스 105대, 독일이 35대며 그 중 에어버스사 항공기는 110대(헬기제외)다.
국내 등록 항공기의 60%를 미국업체가 만들었고 그중 절반이 보잉의 작품이다. 전체 등록 비중에선 약 30%가 보잉인 셈이다. 에어버스는 15%대.


국내시장에서 보잉의 지배력이 강한 이유는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보잉의 소형기종 B737의 국내 총 등록대수는 124대다. 이 중 LCC의 주력기종 737-800이 92대로 가장 많다. 이 중 75대가 LCC 소유다. 

대형국적항공사(FSC) 대한항공도 B737시리즈를 41대 보유했다. 특히 B737-800과 900은 각각 17대와 16대. 비행거리 늘린 900ER도 6대다. 또 다른 FSC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라인업이 많다. 에어버스의 소형기 A321-200기종 20대, 중형기 A330-300 15대를 보유했다. 대형기 A380-800은 6대.

두 국적항공사의 자회사 LCC는 모회사의 항공기를 물려받은 경우가 많아 주력항공사가 같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는 보잉 B737-800 18대와 B777-200 4대를 운영 중이며 아시아나항공계열 에어부산은 A320-200 6대, A321-200 13대, 에어서울은 A321-200 3대를 보유했다. LCC의 보유항공기를 제외하면 FSC 기준 보잉 160대, 에어버스 88대로 차이가 줄어든다.

아시아나 A350 XWB 인테리어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FSC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배경은…

국내항공사의 차세대항공기 도입계획에서는 보잉이 한발 앞섰다. 대한항공은 올 보잉 B787-9, 보잉 B747-8I 봄바디어 CS300 등 총 17대를 도입한다. 아울러 창사 50주년인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약 13조원을 투자해 보잉 B737 맥스 30대(옵션으로 20대 추가주문 가능)와 B777-300ER 2대, 에어버스 A321 네오 30대(옵션 20대)를 더 들여온다.
오는 6월 국내 처음 도입되는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CS300기종은 보잉과 에어버스사가 양분한 항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는 모델이다. B737과 비슷한 130~150석 규모의 기종으로 대한항공은 1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50-XWB를 다음달 1호기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30대를 들여오며 중장거리노선에 투입, 주력기종으로 삼을 방침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같은 항공기 제조사 선정이 운용효율성과 협력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본다. 특히 대한항공은 보잉사의 차세대항공기 날개 부품을 생산 중이며 에어버스와도 꾸준히 협력 중이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실내 /사진=대한항공 제공

아울러 항공사들의 기종선택은 취항노선과 관련이 깊다. 많은 승객과 화물을 한꺼번에 나를 수 있는 대형기가 무조건 유리할 것 같지만 해당 비행기가 뜨고 내릴 공항의 규모가 받쳐줘야 한다. 게다가 이착륙 공항 간 거리가 일정수준 이상이어야 효율성이 생긴다는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대표적인 대형기종인 A380이 제주노선에 취항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커버할 수 있는 중형기종에 집중한다.
국내항공사 관계자는 “기종선택은 항공사 서비스 방향과 연관이 깊고 반드시 정비용이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고른 차세대항공기의 특징은 중형기종이면서 장거리주행이 가능한 고효율 기종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결국 항공사도 질소산화물 배출량 등 환경규제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는 고효율 항공기로 이어져 연료비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신규 기종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비자만족을 더할 수 있으니 새로운 항공기 도입은 1석3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대형기종에선 에어버스의 A380이 보잉 747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지만 중형은 A350과 보잉 B787의 경쟁이 예상된다. 소형은 A321의 최신형 'A321 네오'와 B737의 길이를 늘린 'B737 맥스'가 도입되지만 한 항공사에서 노선에 따라 전략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돼 큰 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잉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취항지역과 노선을 비롯한 미래전략에 따라 항공기를 고른다”면서 “시트배열이나 모니터 크기 등의 디테일에서도 항공사의 비전과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