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안방보험그룹 본사./사진=머니투데이DB

중국 보험사 안방보험(安邦保险)의 국내 행보가 심상찮다. 2년 전 동양생명을 1조원대에 인수해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진출한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한국법인)까지 인수하며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 채비에 나서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이사회 구성 절반을 중국인으로 교체 했다. 본격적인 친정체제 경영활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외국계 보험사 실패 ‘답습’ 안할까?


보험업계에서는 과연 안방보험이 실적 부진에 빠진 알리안츠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그동안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에서 고전한 것은 '한국형 영업방식'을 거부한 탓이 크다. 1980년대부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리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하락세를 맞았다. 경기불황 속 금융소비자들이 저축성보험을 선호하기 시작했지만 외국계 보험사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고집했기 때문.

또 보험설계사 기반이 탄탄한 국내 보험사와 달리 외국계 보험사는 설계사 조직이 비교적 단단하지 못하고 상품차별화에도 실패하면서 국내시장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실적부진은 자살보험금·명예퇴직금 지급 등 일회성 요인 탓이 컸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2363억원을 기록, 전년도 손실액(873억원) 대비 무려 149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알리안츠생명은 일단 다른 외국계보험사와 차별화 전략을 쓰는 모습이다. 실제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하자마자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한국 생보사와 유사한 영업방식을 구사했다.

인수 당시 안방보험은 업계 최고 수준인 연이자 2.85% 저축성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생보사들이 최근 저축성보험 판매를 꺼리는 가운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높은 이율의 저축성보험 상품에 메리트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이 전략은 일정부분 성공을 거뒀다.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양생명의 지난해 초회보험료는 전년 대비 925%(2조1054억원)나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통상 보장성이 아닌 저축성보험 판매가 많을수록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저축성보험의 일시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안방보험의 저축성보험 판매전략이 중국에서 실시한 '몸집불리기'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수 초기 보험사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초회보험료 누적이 올라가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한다는 것. 안방보험은 중국에서도 수입보험료를 끌어올려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취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출시된 알리안츠생명의 저축성보험 상품도 안방보험의 '몸집불리기' 라는 의견도 나온다. 알리안츠생명은 올 초 최저보증이율이 2.0%에 이르는 '알리안츠보너스주는저축보험'을 출시했다. 2.0%의 보증이율은 보험업계 최고수준이다.


알리안츠생명의 새로운 사명이 될 'ABL'


◆IFRS17 도입 앞둔 생보업계… '안방보험' 전략은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저축성보험 판매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생보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한다.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운 저축성보험은 회사의 부채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오는 2021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보장성보험 중심의 판매전략을 전개해 초회보험료가 크게 감소했다.

이와 관련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측은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집중적인 판매전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판매가 증가한 것은 물량과 효율 등을 잡으려는 측면이지 집중적인 판매전략은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우리의 주력상품은 보장성이다"고 선을 그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도 "저축성보험 판매는 고객 중심의 상품군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의미일 뿐 특별히 판매방향을 바꾸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변액보장성상품을 앞으로 꾸준히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알리안츠생명의 경영진이 앞으로 내세울 전략에 주목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알리안츠생명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 교체를 단행했다.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안방보험 출신으로 채워졌고 신임 이사회 의장도 중국인이 선임됐다.

이사회가 중국인으로 교체된 것은 안방보험이 본격적으로 국내 경영에 나선다는 신호다.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에 앞서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에 어떤 경영전략을 주입할지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시 장기적으로 기업 재무건정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 명백한데 안방보험이 저축성판매전략을 지속할 순 없을 것"이라며 “자산건전성 개선과 함께 국내 생보시장을 사로잡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