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없다던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지원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의 출자전환 4개월 만에 대우조선은 또다시 ‘자력생존 불가’ 판정을 받고 정부의 수혈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4400억원을 비롯해 올해 총 9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2019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채무는 1조5500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유동현금은 한달 운영비에도 못 미치는 7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돈이 말라버린 탓이다.


이는 그간의 정부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2조71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금지원으로 900%까지 낮췄던 부채비율은 다시 2735%로 올라갔다. 자회사와 자산을 매각해 7900억원을 확보하고 임금반납 등 자구안으로 8400억원을 줄였지만 자구계획 이행률은 29%에 그쳤다. 1년만에 흑자전환한 현대중공업, 같은기간 적자규모를 90% 이상 낮춘 삼성중공업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조선업계에서는 “결국 맥킨지 보고서가 옳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해 “대우조선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낮다”며 “상선부문 설비 50% 이상을 감축하고 특수선(방산)부문은 분리매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조선업을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0억원을 들여 받은 이 컨설팅 결과를 두고 대우조선은 "터무니없는 가정으로 진행됐다"며 반발했고 정부는 이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대우조선 생존의 명분인 '대마불사'는 1999년부터 논란을 겪었다. 대우그룹 워크아웃 당시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7조원에 달한다. 최근 다시 찾아온 대우조선의 위기 앞에 정부는 또다시 ‘대마불사’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이 이대로 도산하면 국가경제적으로 최대 56조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한다. 은행권이 그동안 감당한 10조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 때문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370개 협력업체가 도산하고 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현실 앞에서 추가지원 불가 원칙만 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어서야 되겠는가. 위기일수록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면 결국 조선업뿐 아니라 국가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빠질 수도 있다. 내년에 세계 조선경기가 살아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안이한 가정으로 지원이 이뤄져선 안된다. 회사와 노조의 구조조정에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빅3 체제가 정치논리로 연명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