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터쇼는 완성차업체만의 행사가 아니다. 친환경차·자율주행차를 향해 급격히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부품업체와 IT기업들도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인다.
◆‘자율주행’에 집중한 부품사들
지난달 30일 열린 프레스컨퍼런스에는 다양한 부품회사가 참여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초점은 ‘자율주행’이었다. 국내 최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만도와 경신 등 다양한 부품업체가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는 웬만한 완성차브랜드보다 큰 부스를 마련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뽐냈다. 특히 VR(가상현실)기기와 스마트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갖추고 관람객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해 큰 관심을 끌었다.
지능형 램프 시스템, 측면카메라, 전방레이더, 코너레이더, 레이저스캐너, V2X 안테나 등을 통해 전·후·측방 차량의 진입을 감지하는 한편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긴급상황 시 전방 사물을 감지해 능동적으로 회피하는 상황을 V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도도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자율주행의 기본이 되는 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를 선보였다. 비치된 VR기기를 활용해 자율주행차량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만도는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능동형 브레이크 켈리퍼(ARC), 후륜 제어를 통해 차의 안정성을 높인 후륜조향시스템(RWS), 최적의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지능형 현가장치(SDC),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한 운전자 편의안전 기능 등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을 내놓았다.
경신은 조향 보조시스템(IPAS)과 LTE망을 이용한 무선 통합 연결기기(FOTA GW)를 선보였고, 삼보모터스는 차간거리 자동제어 시스템(SCC) 등의 기술을 전시했다.
◆ 차별화된 네이버의 청사진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스 중 하나는 네이버의 연구개발법인 ‘네이버 랩스’가 마련한 부스였다. 네이버랩스는 지난달 국내 IT업체 중 유일하게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인증을 획득해 주목받았다.
이날 네이버가 선보인 자율주행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네이버의 자율주행차는 미국자동차공학회의 자율주행 기술 기준인 0~5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한다. 전반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비상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만 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중 최상위 수준이다.
공개된 네이버 자율주행차는 상단에 있는 센서 박스의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물체를 탐지하고 차량 전면의 레이더 센서로 원거리의 장애물을 탐지한다. 이와 함께 위성항법센서(GPS)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완성차업체가 선보이는 자율주행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날 참가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네이버의 3차원 실내 정밀지도 제작 로봇 M1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M1은 미로같은 공간에서 스스로 생각하며 길을 찾는 모습을 보여줬다. 네이버는 값비싼 센서들 대신 인공지능을 이용해 로봇이 사람처럼 눈으로 환경을 살피고 머리로 판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M1은 기존의 완성차와 차별화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송창현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비전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분야의 R&D(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특히 딥러닝을 기반으로 경제적이면서도 정확도를 높인 인지 기술이 네이버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네이버랩스 부스에서는 IVI(in-vehicle infotainment) 플랫폼도 공개됐다.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비슷한 콘셉트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으로 내비게이션·음악검색 등이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고도 자체구동할 수 있으며 네이버 로그인을 통해 어느 차량에서나 동일한 사용자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앞으로 카셰어링 등에 적극 활용될것으로 기대된다.
송 CTO는 “자율주행기술이 완성되면 사람들이 차 안에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오는 7월 그린카 공유 차량을 시작으로 다른 업체들과의 IVI 플랫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자동차 업계 변화시키는 작지만 큰 힘
자동차업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더욱 자세히 느끼고 싶다면 부품사의 부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 완성차업체들의 혁신적인 신차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끊임없이 연구를 경주해왔는지 느낄 수 있다.
독일의 자동차 냉난방 전문업체 베바스토(webasto)의 부스에 전시된 전기차용 히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방식이나 순수 전기구동 차량의 경우 모터의 발열만으로는 실내난방이 충분하지 않아 PTC 히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납을 사용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에 베바스토는 납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용 히터를 발명했다. 베바스토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전기차용 히터는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볼보XC90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에 탑재된다”며 “머지않아 대부분의 자동차가 우리 히터를 장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