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제한된 좋은 일자리를 놓고 구직자 간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좁은 취업문을 어렵사리 통과해도 ‘노동의 질’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머니S>가 고용 빙하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위태로운 현실과 고군분투기를 조명했다. 또 독일·영국·일본 등 선진국의 일자리정책을 살펴보고 19대 장미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공약도 알아봤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고 뜨는 일자리도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의 화두가 복지였다면 5월9일 펼쳐지는 19대 ‘장미대선’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수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고용절벽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자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각당 대선후보는 자신이 일자리 문제의 해결사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역대 최고의 ‘깜깜이 선거’라 불리는 장미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주요 대선주자 4인의 일자리 공약을 알아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측은 지난 6일 <머니S>의 질문에 일자리공약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답변해 제외했다.


◆문재인 “공공부문 일자리 대거 늘리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일자리 공약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약 8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 평균이 2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7%에 그친다는 점이 문 후보가 이 공약을 내세우는 이유다.

문 후보는 지난달 1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공공서비스 일자리가 OECD 평균의 3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며 “소방관, 경찰관, 의료, 보육, 복지 등 삶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18일에는 한 정책포럼에서 공공부문 81만개를 포함한 일자리 131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방관 1만7000개 ▲경찰관 1만6700개 ▲복지공무원 25만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이밖에도 문 후보 캠프는 가칭 사회서비스공단을 설치해 민간 영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약 34만개를 공공부문으로 흡수한다는 방침도 내세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다소 결여됐다는 평을 내놨다. 특히 공공부문 고용의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질문이 주를 이룬다. 2014년 정부지출 가운데 공무원의 보수지급에 쓰인 비율은 21%다. OECD 평균인 23%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 후보의 공약대로 81만명을 추가 고용할 경우 그만큼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문 후보 측도 “공공부문 고용을 예정대로 진행했을 경우 5년간 약 21조5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문제 해결을 고민한 부분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공공부문을 지나치게 강조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와 관련해 사업성 자금과 지속적인 재정부담이 되는 인건비의 개념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과거 예산의 낭비를 줄이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5년간 21조5000억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수치는 잘못됐다”며 “공무원은 고용하면 단순한 보수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연금 등의 목적으로 약 25%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은 “재원은 추경예산을 편성해 마련하겠다”며 “일자리 만들기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국민적인 공감대가 모아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자리 관련 공약의 단골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도 문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월급으로 계산하면 135만2230원이다. 실질최저임금 수준으로 보면 프랑스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에 문 후보는 일자리 공약 발표 당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며 점진적인 인상안을 밝혔다.

(왼쪽부터)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뉴스1 DB

◆안철수 “공정임금제·직무형 정규직이 해법”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청년실업 해소에 집중됐다. 그의 공약은 ‘자리 몇만개를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 취직자들에게 대기업 임금의 80%를 지급하는 ‘공정임금제’와 새로운 정규직 유형인 ‘직무형 정규직’이 안 후보가 내세우는 일자리 공약의 핵심이다.

안 후보는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과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5년간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일자리 간판공약은 ‘공정임금제’다. 안 후보의 공정임금제는 현재 대기업 임금의 62% 수준인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다. 

공정임금제는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현상과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정부가 임금시장에 임의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시장흐름을 깰 수 있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인상을 강제할 방안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 공정임금제가 정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한 후 사회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충분한 시간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또 다른 공약은 ‘직무형 정규직’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고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직무형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복지고용공단을 설립해 이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형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고용안정성과 임금이 높지만 일반정규직과 달리 사업장 폐쇄나 업무변동 등 특수한 상황에서 해고가 가능하다. 호봉제를 따르지 않고 직무에 따라 급여를 정해 정규직보다 실질임금도 낮다. 

이에 대해 김규은 공인노무사는 “방향은 옳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현재와 같은 근로시간 단축 분위기에서 직무형 정규직으로 임금까지 인상하라고 하면 기업 측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정부도 약 8만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30만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남아있다. 결론은 예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왼쪽부터)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사진=뉴스1 DB

◆유승민 “비정규직 철폐·창업으로 일자리 해결”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지난 2월23일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를 주제로 일자리공약을 발표하면서 “대기업·공기업·공공기관·금융권 등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기업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항상 필요한 업무임에도 임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

유 후보의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는 강제성이 있다. 업종이나 기업규모 등을 기준으로 비정규직 고용 상한선을 설정하는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차별받을 경우 징벌적 배상을 적용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총량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의 시작이 시장이었다면 끝도 시장이어야 한다. 국가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정규직보다 높이는 방안을 통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총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도 유 후보의 공약을 두고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한 총론적인 공약을 제시한 셈이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미흡하다”며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각론이 빠졌음은 물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유 후보는 지난 2월5일 창업지원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창업하고 싶은 나라 만들기’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청년창업을 활성화하는 정책과 동시에 창업이 실패했을 때 투자금액의 75%를 돌려받을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전문가들은 유 후보의 ‘창업론’도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창업은 결국 벤처인데 벤처산업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과 비교했을 때 고용 효과가 크지 않다”며 “현재 창업 성공률이 3~5%에 그치는 상황이어서 창업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심상정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일찍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반드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비정규직 채용사유제한 ▲보건의료분야(공공부문) 50만개 일자리 창출 ▲300인이상 중견기업 청년고용의무할당 5% ▲노동시간 단축 등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주목받는 공약은 비정규직 채용사유제한과 청년고용할당제다.

심 후보는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사유를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한 비정규직은 상시 일자리로 전환하는 등 비정규직 굴레 탈출구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청년고용할당제’를 통해서는 현 공공기관의 청년 미취업자 의무고용비율을 3%에서 5%로 높이고 300명 이상 민간기업에도 의무고용을 할당해 약 25만개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심 후보의 공약 가운데 ‘할당’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할당이라는 방식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어의 어감이 지속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