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어진 유동성시대가 금리인상과 함께 저물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기존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전문가들은 올해 2차례, 내년과 2019년에 각각 3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금리인상은 우리나라 시장금리를 부추겨 투자자가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하는 새로운 금융환경을 제시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달라질 투자 흐름을 살펴보고 이에 부합하는 전략을 세워보자.


◆기대에 못 미친 금리인상, 시장은 안정세

당초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주식·채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미국경제의 빠른 회복으로 금리 인상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고 주가와 채권은 가격이 하락했다.

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자금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며 오히려 완만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종가보다 13.6원 내린 1130.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것이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뉴시스 DB

당시 투자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이미 달러 강세로 차익을 실현한 채권이 시장에 쏟아졌다고 평가했다. 서울 외환시장 개장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시장(NDF) 환율은 1128.6원(스왑포인트 감안)으로 급락했고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270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최근에는 주가상승, 환율과 금리하락 등 시장지표가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며 오히려 금리인상이 호재로 작용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나아가 미 트럼프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논란, 수출확대정책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약달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상승 시 수혜 보는 투자상품 세가지

앞으로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단기적인 유동성 관점에서 불안요인으로 판단하기보다 경기회복이라는 본질적 의미에 무게를 두고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또한 유럽, 일본에 이어 신흥국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요국의 경기회복으로 서서히 글로벌 경기전망이 나아질 거라는 긍정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환경을 반영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러가지 긍정적 변화에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전망은 장밋빛을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행정부의 정책실현 불확실성, 국내경기 및 기업의 실적회복 지연, 가계부채 부담 등 불안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금리인상으로 수혜 섹터를 통해 위험분산을 고려하고 경기회복과 관련한 위험자산 비중을 일부 늘리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금융상품은 크게 ▲하이일드 채권형펀드 ▲미국금리연동 특별자산펀드(대출채권) ▲커버드 콜펀드 등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모두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하이일드 채권형펀드의 경우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의 실적이 상승해 부도율이 낮아지는 만큼 펀드의 안전성이 높아져 매력적이다. 미국금리연동 특별자산펀드는 중기적 관점에서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대출금리가 연동돼 이자수익이 오르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커버드 콜펀드는 매월 1~1.5% 내외의 콜옵션 매도수익을 쌓아 코스피200지수 하락 시에도 손실의 일정 부분을 커버할 수 있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돼 최근 지수하락이 우려되는 국내주식에도 투자할 만하다.



고수익을 추구한다면 올해까지 가입 가능한 과세특례 해외펀드를 한도(1인당 3000만원) 내에서 투자할 만하다. 이미 많이 오른 선진시장보다는 상대적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고 달러 대비 통화수혜가 가능한 아세안 지역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최근 러시아는 경기호조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 투자비중을 확대해도 괜찮다.
◆불안할 때 빛 발하는 ‘달러·금투자’

대안 투자로는 달러를 추천한다. 단기적으로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인 만큼 달러표시 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달러ELS와 분할매수 가능한 달러ETF가 있다.

달러ELS·ETF는 달러가 강세로 돌아오기를 차분히 기다리기에 적합한 상품이다. 달러ELS는 연 3~5%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 3년 만기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여부가 결정된다.

달러ETF인 ‘KODEX 미국달러선물’은 최근 3개월간 수익률(3월31일 기준)이 -7.16%까지 떨어졌으나 앞으로 달러 강세를 예상한다면 지금이 투자기회일 수 있다.

최근 생산단가 수준에서 거래되는 금도 좋은 투자대상이다. 실물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부가세 10%를 물어야 하는 대신 양도차익이 비과세되는 골드바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부가세가 부담스럽고 실물을 원하지 않으면 통장에 적립하는 골드뱅킹도 있다. 시세에 따라 금을 사서 예금통장에 저금해두는 골드뱅킹은 작은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하거나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노릴 때 적합하다.

이처럼 금은 위험분산 효과와 함께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위험에 대비하는 자산인 만큼 투자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