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컴퓨팅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두 컴퓨팅기술의 주도권 경쟁은 산업계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두 컴퓨팅기술을 둘러싼 많은 업종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자도 어느 기술이 주력이 되는가에 따라 투자방향을 다르게 설정해야 돼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다.
◆컴퓨팅기술 바뀔 때 변하는 IT산업 주도업종
IT산업은 컴퓨팅기술의 진화로 다수의 디바이스와 인터넷시장을 창출하며 성장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용환경에 따라 집중과 분산형태의 컴퓨팅이 순환하며 발전했다. 초창기에는 대형컴퓨터에서 저장과 연산기능이 집중적으로 수행됐고 1990년대 이후에는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소유한 PC에서 분산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2000년대 인터넷산업의 발전은 분산형태의 컴퓨팅을 다시 집중형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집중형태인 클라우드컴퓨팅기술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산업의 개화로 이어졌다. 2000년대 후반에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분산형 컴퓨팅단계를 잠시 거쳤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동안 IT산업의 패권이 컴퓨팅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는 점이다. 분산 중심의 컴퓨팅 환경에서는 시장의 지배력이 실제 사용자영역인 하드웨어와 디바이스 제조기업으로 쏠리는 경향이 강했다. PC와 스마트폰시장의 성장기에 델, IBM, 애플, 삼성전자, 노키아 등 하드웨어기업이 주목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집중 중심의 컴퓨팅환경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기업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시장 성장기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기업이 IT산업을 이끌었다.
◆클라우드컴퓨팅의 새로운 대안 ‘엣지컴퓨팅’
현재 IT산업에서는 집중형태의 클라우드컴퓨팅기술이 대세다.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구글은 내년까지 전세계 40곳에 데이터센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컴퓨팅사업은 지난해 4분기 매출증가율이 각각 50%, 96%에 이를 정도로 고성장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AI와 IoT산업의 새로운 컴퓨팅방식으로 분산형 엣지컴퓨팅이 부상하고 있다. 엣지컴퓨팅은 사용자영역인 하드웨어에 AI 구현이 가능한 고도화된 컴퓨팅기기(근거리 네트워크)를 내재한 혁신기술이다. 중앙데이터센터에서 AI 컴퓨팅을 수행하고 결과를 디바이스로 보내는 클라우드컴퓨팅의 반대 개념으로 초기 PC와 유사한 분산형에 가깝다.
엣지컴퓨팅시장은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속도를 올리고 있다. 엣지컴퓨팅의 장점은 자율주행차 등 다수의 IoT분야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클라우드컴퓨팅과 비교했을 때 부각된다. 자율주행차기술은 안정성과 신뢰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는데 클라우드컴퓨팅에서의 네트워크 지연이나 데이터 전송오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클라우드컴퓨팅은 사용자영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네트워크망을 통해 데이터센터로 보낸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분석한 후 다시 사용자영역으로 결과를 송신하는데 이 과정에서 속도 지연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사고를 피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반면 엣지컴퓨팅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용자영역에서 컴퓨팅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결과를 즉시 도출할 수 있어 안정성이 최우선인 자율주행차산업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컴퓨팅 중 어느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것인지를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 개발과 보급 측면에서 클라우드컴퓨팅이 다소 앞섰지만 두 기술 모두 초기 발전단계라 혼용될 수도 있다. 두 컴퓨팅방식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면 각각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이 가능하다.
◆반도체, 인터넷, 통신, 소프트웨어업종 ‘주목’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핵심 반도체기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핵심 반도체는 AI, IoT산업의 기술진보를 이끄는 GPU, 저전력 반도체설계, 낸드(NAND) 메모리 등이다. 이들은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컴퓨팅 환경 어느 쪽에서든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핵심 반도체기업에 대한 중장기적 모멘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핵심 반도체기업은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삼성전자,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TEL(Tokyo Electron) 등이다.
AI 솔루션을 확보한 인터넷 선두기업에도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완성형 AI 솔루션의 구현이 가능한 기업은 클라우드컴퓨팅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전세계적으로 구축한 인터넷 선두기업이다. 알파벳(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기업은 앞으로의 컴퓨팅 환경이 클라우드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할 경우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전세계 IT기업들의 협력관계가 인터넷 선두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주요 통신사업자들도 주목할 만하다. 컴퓨팅산업의 기술경쟁으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반도체, 디바이스 기업이 AI와 IoT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들의 5G 투자가 필수다. 엣지컴퓨팅의 등장이 통신사업자들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순수 엣지컴퓨팅 중심의 IT환경이 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미국의 선두 통신기업인 AT&T, 버라이존, T-모바일, 스프린트에 중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IoT 환경 구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기업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컴퓨팅기술 진화를 위한 데이터센터 고도화 과정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투자가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요 소프트웨어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레드햇, VM웨어, 시트릭스, 자일링스 등이 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너무나 당연해 보였던 IT산업의 변화가 사실 컴퓨팅기술의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앞으로의 컴퓨팅기술 환경 변화를 예상해 IT산업의 진화 방향과 선두기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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