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수궁동 제6투표소. /사진=김창성 기자
5월9일인 오늘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며칠째 한여름 무더위 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늘은 하늘이 잔뜩 흐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기 전 휴대전화로 주요 투표소 풍경을 보니 흐린 날씨에도 투표소를 찾은 행렬이 줄지어 있는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집근처 구로구 수궁동 제6투표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투표소 앞 풍경은 한산했다. 막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이 뜨문뜨문 보일 뿐 다른 투표소 같은 북적거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투표소 앞에서 20여분을 서 있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지난 반년 동안 국격이 바닥까지 추락한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다음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잘 수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투표소 안으로 향했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투표 참관인 10여명이 각자에 자리에서 주권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향해 내 진심을 담은 빨간 도장을 기표란에 꾹 찍었다. 혹시나 잉크가 옆 칸으로 번질까 입김으로 열번이나 넘게 후후 불며 정성을 다해 내 소중한 한표를 모셨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제8투표소. /사진=독자 제공
투표를 마치고 투표용지를 세번 접어 투표함에 넣은 뒤 기쁜 마음으로 밖에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투표소가 한산해서 모든 투표 과정을 끝마치는 데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 서둘러 오면 금방 투표를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우리 동네 투표소 앞 풍경은 한산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몇몇 주민에게 투표소감을 묻기 위해 다가섰지만 쑥스러운 듯 급하게 발길을 돌려 아쉬움을 더했다.
그 때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 화곡동에 사는 <머니S> 독자 A씨(남·34세)에게서 투표 인증샷이 날아들었다. 평소 특정 후보의 광팬으로 알려진 이 독자는 어젯밤에도 지지후보의 대선승리를 기원하며 거하게 한잔했지만 늦잠을 자지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며 기뻐했다.

A씨는 “그동안 뉴스를 보며 한숨을 내쉰 답답한 날들을 오늘 내 소중한 한표로 보상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오늘 날씨는 좋지 않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꼭 투표소로 가서 소중한 권리행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 일산 장항2동 제3투표소. /사진=독자 제공
경기도 일산에 사는 또 다른 독자 B씨(여·23세)도 인증샷을 보내며 <머니S> 독자와 시민들의 소중한 한표 행사를 독려했다.
B씨는 “처음 해보는 대통령선거라 떨리는 마음으로 투표소로 향했지만 막상 투표해보니 이렇게 쉽고 간단한 권리행사를 왜 사람들이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표를 끝내는데 대기시간까지 길어야 5분도 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일꾼인 대통령을 뽑는 소중한 날을 그냥 지나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