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담은 ‘J노믹스’의 핵심은 ‘사람’이다. 정부 주도로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사람 중심의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머니S>가 이러한 문 대통령의 주요 경제정책과 보완점을 짚어봤다. 또 전임 정부에서 실패와 파국으로 얼룩졌던 외교·통상정책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전문가에게 물었다. 나아가 J노믹스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전망해봤다.<편집자주>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슬로건을 내세운 ‘J노믹스’, 즉 서민 중심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빼든 카드는 '재벌개혁'이다. 하청업체를 향한 횡포와 총수 일가의 불법 경영승계 등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것. 반대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에는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로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경제공약의 내용과 철학을 짚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재벌개혁 공약은 ▲상법 개정 ▲지배구조·불공정거래 개선 ▲기업범죄 대응 및 금산분리 강화 등이다. 재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공약이 어디까지 실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총수 일가의 불법적인 경영승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계열 공익법인이나 우회출자를 통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상법개정안은 재벌 대기업에게 치명적인 공약이다. 상법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 도입,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등이 포함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지분 30%(또는 50%) 이상을 보유한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등기이사 선출 시 후보별 1주당 1표씩 던지는 방식이 아닌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소수 주주권 보장 제도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상법 개정안이 자칫 경영권 침해로 이어져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주사 규제 강화 방안 역시 대기업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강화하는 내용인 만큼 재벌에게는 부담이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제2금융권을 점차 재벌 지배에서 독립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나아가 공익법인, 우회출자 등 편법을 통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해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집중 지원
문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 개혁 의지를 천명하면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약속한 문 대통령의 공약에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다.
문 대통령의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공약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산업계 전반의 균등발전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은 물론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조율하고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되면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출범 뒤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중소기업청 등이 수행하던 정부 주도의 중소·벤처기업 관련 업무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필두로 다양한 중소·벤처기업 관련 공약도 눈에 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 신규 채용을 지원하는 ‘추가고용지원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 고용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이 청년(15~34세)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2명 신규채용 후 3번째 채용직원의 임금 전액을 정부가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연간 5만명에 대해 1인당 2000만원 한도로 지원해 청년정규직 15만명을 중소기업 인재로 키우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재 2조8000억원 규모인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을 임기 내에 2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춧돌이 될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밖에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사업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재벌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벤처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행 최대 3배보다 더 강화하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을 제정할 뜻을 내비쳤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1호 업무지시, 일자리위원회 구성
문 대통령의 핵심 10대 공약 중 제1공약은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 제1호 업무지시도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당면한 일자리 상황을 점검해 당장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을 보고하고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일자리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
문 대통령이 제시한 일자리 관련 주요 공약은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81만개 창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및 민·관 협업체계 구축 ▲창업국가 조성을 위한 창업지원 확대 및 연대보증제 폐지 ▲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의 좋은 일자리 전환 ▲최저임금 1만원 인상(2020년까지, 소기업·자영업자 지원 대책 병행 마련) 등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일자리 대통령’ 행보는 과거 재벌 대기업에 기댄 낙수효과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효율적인 경제성장의 밑바탕을 마련한다는 취지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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