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담은 ‘J노믹스’의 핵심은 ‘사람’이다. 정부 주도로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사람 중심의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머니S>가 이러한 문 대통령의 주요 경제정책과 보완점을 짚어봤다. 또 전임 정부에서 실패와 파국으로 얼룩졌던 외교·통상정책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전문가에게 물었다. 나아가 J노믹스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전망해봤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지칭하는 용어 ‘J노믹스’는 ‘사람 중심의 경제성장’이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지난 9년간의 경제정책이 기업에 자원을 몰아줘 낙수효과를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J노믹스의 출발점은 서민경제 활성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J노믹스의 서민경제정책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계각층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각종 경제정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가계부채 딜레마… 풍선효과 부작용 우려


특히 한국 경제의 뇌관인 1344조원의 가계부채 처리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을 제시했다. 3대 근본대책은 소득주도 성장정책, 취약계층 부담 경감, 금융소비자보호 우선의 금융정책이다. 7대 해법은 가계부채 총량관리, 빚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구축,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소액·장기연체 채무에 대한 과감한 정리,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죽은 채권 관리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금융소비자보호 전담 기구 설치,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이다.

우선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총량관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동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대출 기준 지표로 활용하겠다고 한 만큼 가계 빚 증가세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필요할 때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1금융권에서 2금융권, 2금융권에서 대부업체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옥죄면 연쇄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이 반드시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더 사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소득수준 향상을 위한 대책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SR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DSR 시행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 총액 한도가 줄면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도 주목된다. 비소구 담보대출은 담보로 잡힌 주택의 가격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주택만 반납하면 추가로 남은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책임한정형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부합산 연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담보주택의 단지 규모·연수·구입 가격의 적정성 등을 고려해 대출 한도와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연장선상에서 대규모 채무 감면도 시행된다. 빚 탕감으로 과도한 빚에 눌린 사람들을 구제해 다시 경제활동에 나서게 하는 조치다. 약 203만명을 대상으로 22조원이 넘는 채무가 조정될 전망이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진행 중인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대출이 대상이다.

금융권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민의 세금과 기금을 이용해 빚을 탕감해왔다”며 “하지만 악성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역시 실효성·도덕적 해이 논란이 예상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의 전략적 파산이 우려돼 비소구 대출을 적극 늘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널뛰는 물가 잡을까

가계부채 해소와 더불어 ‘물가안정’도 J노믹스 서민경제 활성화의 첫 단추다. 벌써부터 각 업계가 이번 정부의 물가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유통업계는 이달부터 물가 안정을 위한 강도 높은 가격 통제와 감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가격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탄핵부터 대선정국까지 어수선한 틈을 타 라면, 치킨, 맥주, 음료 등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의 가격이 쉴 새 없이 널뛰었다. ‘권력 공백기’에 따른 관리·감독 부재가 물가상승을 부추긴 셈이다. 지난해 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부당한 가격인상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 시기를 놓친 업체들은 새 정부 출범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 출범 초기엔 섣불리 가격인상에 나서기 어렵다”며 “대선 이전에 재빠르게 가격을 올린 업체들만 한숨 돌린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실제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식품가격인상 대응에 나섰다. 먼저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모니터링·분석을 강화하기로 했다. 생활필수품목은 정부가 보유한 물량을 적절히 풀고 할인판매 등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또 달걀 공급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수입 운송비를 지원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물가 대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정부의 공급확대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하되 담합이나 사재기 같은 불공정거래나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감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