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수출 호조와 실적개선에 대외여건까지 받쳐주면서 코스피가 2320선을 터치했다. 쌍끌이 호재 덕분에 국내증시로 외국인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쓸 새로운 역사에 관심이 쏠린다. 나아가 지난 10일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며 증권업계는 코스피 전망을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증권사, 코스피 상단 2350~2500 ‘상향’
문재인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 10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2323.22를 기록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랠리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2260선까지 밀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됐다.
이 같은 조정에도 한화투자증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 코스피 상단을 2350~2500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추가상승에 베팅했다. 국내 증시가 순항 조짐을 보이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지수 상향 셈법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0일 한화투자증권은 코스피가 기업 실적개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의 2300선에서 2500선으로 상향조정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경기 개선이 국내경기의 회복을 이끌었고 지난 1분기 한국경제가 직전 분기대비 0.9%, 전년 동기대비 2.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5%였음을 감안할 때 경기반등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건설투자와 국내기업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이에 따른 설비투자가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1분기 실적발표와 맞물려 실적 컨센서스의 상향조정이 나타난 점도 추가적인 코스피 견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실적 서프라이즈를 주도한 섹터는 주로 중간재의 수출과 관련된 경기민감섹터였다”며 “글로벌경기의 개선에 힘입어 코스피 상장기업의 실적 증가세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코스피 밴드를 1880~2180으로 제시했던 KB증권도 최근 2015~2350으로 수정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1900~2260이었던 밴드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이후 2000~2350으로 상향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2250에서 지난 2월 2350으로 상단을 올렸고 메리츠종금증권도 2250에서 2350으로 수정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가 예상치를 조기에 달성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며 “경기가 살아나는 점과 IT·산업재 중심으로 실적개선이 눈에 띄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섹터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S&P·나스닥, 사상 최고치… 코스피에 긍정적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연일 상승 마감하는 것도 코스피 상승의 재료가 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을 들어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전망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수그러들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나타나는 점도 국내외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개선되면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하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런 흐름은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IT업종에도 호재로 작용해 추가적인 코스피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글로벌경기 호조와 국내 기업의 실적개선, 신흥국(이머징마켓) 중심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내 증시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최근 강세장 초입에 진입한 코스피는 대선 이후 ▲경기 및 기업의 실적개선 ▲정치적인 불확실성 해소 ▲정책 기대감 등으로 고점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별다른 악재 없어… 코스피 상승 지속 전망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별다른 악재성 이벤트가 없는 점을 들어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또 최근 코스피가 2320선을 터치했지만 올해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 수준에 불과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말 기준 코스피의 PER 평균이 13.7배를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마 애널리스트는 “올해 ROE(자기자본이익률) 상승을 감안할 경우 코스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5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스피의 상승 여력은 12.7%(코스피 2585 수준)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올해 연말까지 코스피의 고점은 2470~2580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는 4거래일 동안 224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후 장중 232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이달 들어서만 3%가량 상승했고 올 들어서는 12%가량 올라 추가 상승이 둔화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어디까지 올라간다고 선을 긋기는 어렵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머물렀던 박스권을 뚫고 나온 순간을 보통 바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코스피의 상승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노무라증권도 ‘2017년 대선 이후 거시정책과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주 권리가 강화되고 코스피 배당성향이 현재 20%에서 일본 수준인 50%로 높아질 경우 코스피가 3000까지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르는 건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라며 “그러나 문 대통령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를 강조하는 만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면 코스피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