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자동차정책을 총괄하는 대표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 여러 정부부처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을 해소할 강력한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요즘 만들어지는 차 1대에는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다양한 소재와 물류시스템, 최종 제품을 팔기 위한 관련 서비스산업까지 전후방산업의 규모가 방대하고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어마어마하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180만대.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2.37명으로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교통선진국의 1.3~1.7명과 비교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은 한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자동차정책을 총괄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없다.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자동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관련정책을 주도하는 건 국토교통부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에너지정책과 친환경차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기존 형태를 벗어난 자동차라면 경찰청에서도 문제 삼을 여지가 다분하다. 이에 교통선진국에선 자동차정책과 관련된 독립행정기관을 세워 힘을 실어주는 추세다. 미국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 독일엔 연방자동차청(KBA), 영국엔 자동차산업청이 있다. 일본은 내용을 조율하는 위원회를 둬서 관련업무를 처리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이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또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인식되는 추세이고 커넥티드카나 자율주행차는 타 분야와의 융·복합기술을 집대성한 결정체다. 당장 2020년부터는 자율주행차들이 도로를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부처가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면 미래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일관되고 명확해야 업체들도 장기계획을 꼼꼼하게 세울 수 있다.

새 정부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2200만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방패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민의 절반이 집 다음으로 비싸다는 자동차를 산 셈인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문제를 이슈화해도 강제할 힘이 없어 해당 자동차회사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소비자가 직접 나서 어떤 문제점을 밝혀내고 이를 입증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양적 성장을 목표로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반세기의 흔적을 한꺼번에 지우긴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소비자가 안심하고 자동차를 살 수 있고 권익을 보장받는 나라여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