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새벽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당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하고 곧바로 국정운영에 돌입했다. 축하인사를 받을 겨를도 없이 폭풍우 속 표류하는 대한민국의 조타를 잡았다. 지난 정부에서 켜켜이 쌓여온 외교·경제 위기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유통가에도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유통업 규제 방향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사드 국면 전환·내수 활성화’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걸려온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사진=뉴시스DB(청와대 제공)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 해결 위해 미국∙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드 관련) 제재와 제약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롯데를 비롯한 화장품, 면세점 등 유통업계는 중국사업 정상화를 기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드 배치 이후 중국사업의 타격이 심각해 각종 어려움을 겪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 회복 수순을 밟으면서 사드 보복 조치도 점차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내수경기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전문가들은 내수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문 대통령의 ‘제이(J)노믹스’로 인해 궁극적으로 유통업계도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내수활성화 방안이 근본적인 소비회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겠지만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복합쇼핑몰 규제·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안’ 딜레마

반면 대규모 점포 규제 강화 및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형유통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등을 대규모 점포에 포함해 입지 및 영업을 제한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공약이 시행된다면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주말에 휴업하고, 영업시간에 규제를 받게 된다. 

대형 쇼핑몰 전경.

그동안 규제에서 비껴나 있던 복합쇼핑몰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복합쇼핑몰 한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주말 나들이 고객에게 문화∙여가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로 인해 지역상권을 살리고 해당 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복합쇼핑몰 규제 방안은 지역상권을 살리려는 새 정부의 정책목적과도 충돌한다”고 말했다.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시급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많이하는 프랜차이즈업계 및 편의점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들 업체는 점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 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아르바이트생을 직접 고용하는 점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그만큼 늘어난다”며 “점주도 소상공인인데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상충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무인점포 확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저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치열하게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용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무인점포가 확산됨에 따라 폐점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