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 투자일임업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은행이 펀드를 만들어도 운용은 자산운용사에 맡겨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은행의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젠 펀드운용도 허용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현재 은행들은 자산운용사·증권사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거나 금융지주 내 자산운용 계열사 인력을 별도 펀드팀으로 꾸려 펀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찌감치 펀드시장에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가입 문턱 낮추고 수익 안 나면 수수료 절감
시중은행 펀드는 안정성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맞춘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 중위험·중수익 펀드로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등락하는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어 안전투자 성향 고객에게 적합하다.
우리은행은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형부터 공격투자형까지 5종류로 구분한 펀드상품인 ‘우리 名作(명작) 포트폴리오’를 선보였고 KB국민은행은 중위험·중수익펀드를 한 번에 가입할 수 있는 ‘KB Middleⓜ 펀드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신한은행의 ‘신한BNPP 커버드콜 펀드'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데 당초 목표 수익률 6%를 이미 달성했다. KEB하나은행이 개발한 달러투자 통화안정증권(통안채) 펀드는 10개 펀드에서 9600만달러에 달하는 판매액을 올렸다.
은행들이 선보인 성과보수 공모펀드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펀드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착한 펀드다.
성과보수 공모펀드는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된 상품으로 펀드 수익률이 일정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낮은 운용보수(기존 일반적인 펀드 상품 운용보수 연 0.4% 수준의 절반 이하)를 적용하다가 수익률이 일정수준을 초과하면 금융회사가 이에 연동한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은 기존 펀드 대비 20~30% 수준의 저렴한 운용보수를 내고 초과 수익 달성 시 보수를 추가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장점이 크다.
KB국민은행은 ‘미래에셋 배당과 인컴 30성과보수 펀드’와 ‘트러스톤 정정당당 성과보수 펀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신한BNPP 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성과보수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 삼성 글로벌ETF로테이션 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등의 2가지 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공모펀드는 마이너스 수익을 내도 금융회사가 보수(수수료)로 꼬박꼬박 자기 몫을 챙겨간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성과보수 공모펀드로 운용사의 책임 있는 펀드 운용과 투자성과에 대한 투자자 신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익률, 투자자 불만 잠재울까
문제는 수익률이다. 그동안 은행 펀드가 외면 받았던 것은 보수가 아니라 수익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성과보수제를 도입하더라도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은행 고객들은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눈을 돌렸지만 수익률이 단기(1년), 중장기(3·5년) 할 것 없이 형편없이 낮아 속앓이를 했다.
펀드평가사 애프앤가이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5월말 기준 펀드 판매잔액 1000억원 이상인 12개 은행의 펀드 수익률은 1년 -5.2%, 3년 -6.8%, 5년 -3.9% 등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1년 0.3%, 3년 4.2%, 5년 12.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 21곳이 판매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년 -6.5%, 3년 -3.5%, 5년 2.4%로 드러났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년 -1.5%, 3년 12.9%, 5년 22.3%다. 국내 펀드는 은행과 마찬가지로 저조한 수준이지만 해외 펀드 성과는 나은 편이다.
은행펀드가 수익률에서 증권사보다 낮은 데는 대형주 상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중수익을 꾀하는 펀드 판매전략이기도 하지만 주식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 대한 상품 교체 안내에 소극적인 면도 한몫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은행권의 펀드 판매설정액(공모기준) 규모는 79조3351억원으로 지난해 말 82조1187억원보다 감소했다. 은행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펀드 판매액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증권사는 같은 기간 펀드판매 규모가 98조7498억원에서 119조8754억원으로 21조1256억원(21.3%) 늘어 급증세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판매설정액을 보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은행보다 증권사를 더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펀드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펀드와 금융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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