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다음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금융위원회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참고해 올해 안으로 DSR 표준모델을 만들어 각 금융회사에 전달할 방침이다. 일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DSR 시뮬레이션(시범운영)도 조만간 실시한다. DSR을 산정할 때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일부만 부채로 반영하고 만기가 2년인 전세자금대출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더 높아진 대출문턱, 저신용자 어쩌나
정부가 이르면 내년 초 은행권에 DSR을 적용한 새로운 대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DSR 비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선 원리금을 연소득 1.5배 이내로 제한하는 150%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 역시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표준모델은 정해졌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DSR 300%를 적용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 중이다. 금융당국은 표준모델을 참고하되 자사의 대출고객 특성을 감안해 DSR 적용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DSR 도입을 두고 은행과 대출자 사이에선 희비가 갈린다. 예비대출자는 불안해하는 반면 은행권은 보다 합리적인 대출 상환이 가능해지고 부실률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반기는 분위기다.
새로운 대출시스템의 개요는 이렇다. 지금까지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해 대출이 실행됐다. DTI는 주택담보대출만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고 신용·마이너스대출은 이자만 내는 구조다. 그런데 DSR 기준을 적용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모든 대출에서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야 한다.
대출한도도 축소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주택담보대출 2억원(이자 연 3.5%, 10년 원리금 분할 상환)과 신용대출 5000만원(이자 연 5%)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5000만원을 더 빌린다고 가정해보자.
DTI 60%를 설정하면 1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담보인정비율(LTV) 70% 규제에 맞추면 단순계산으로 1억4000만원까지 넉넉하게 추가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DSR 기준을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규 대출 5000만원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신용대출 원리금 상환 예상액과 이자를 합산해야 하는데 이를 연 소득에 반영하면 164.3%의 비율이 나온다. DSR 300%를 적용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한 것.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내년에 도입할 DSR 기준비율을 150% 내외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DSR기준을 300%로 적용하면 규제가 느슨해 의미가 희석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 비율을 300%로 적용하면 현재의 대출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150% 수준을 맞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환영, 제2금융권 '불안'
은행권은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 은행은 서둘러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DSR규제가 대출을 조이기보다 생애주기에 맞춰 계획적으로 상환하는 방식이어서 부실률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내부적으로 DSR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수익성이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미미한 수준이며 무엇보다 부실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추후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DSR 제도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에 맞춰 관련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미 선제적으로 도입한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소득의 300%를 적용한 DSR을 시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DSR 계산 때 보금자리론·햇살론 등 정책자금 대출과 아파트 집단대출, 자영업자 사업자 운전자금대출, 신용카드 판매한도, 현금서비스 등은 제외하기로 했지만 카드론은 포함했다. KB국민은행은 당분간 DSR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며 이를 토대로 보완할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다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농·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DSR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시중은행이 먼저 도입하고 추이를 지켜본 후 제2금융권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 측은 DSR 규제가 제2금융권 영업환경과 다소 동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1년 만기지만 금융회사의 경우 대부분 최대 5년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기 때문에 DSR에 포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DSR규제가 도입되면 대출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은 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문턱이 높으면 저신용자가 갈 곳이 없다"면서 "합리적인 대책이 먼저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