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케어가 박은수 대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의료 기술 발전으로 요새는 암에 걸려도 생존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대중은 암에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감기처럼 치료받고 관리하면 되는 병으로 암을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루닛케어는 뛰어난 의료 접근성과 믿을 수 있는 정보 제공으로 암 환자가 더 오랫동안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 루닛케어 본사에서 만난 박은수 대표의 포부다. 2023년 1월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에서 분사한 루닛케어는 박 대표의 지휘 아래 암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암 진단을 받아 막막한 상태에 놓인 환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루닛케어는 지난달 유료 서비스 '루닛케어 플러스'를 공식 출시하며 사업 속도를 높였다. 루닛과 협업해 암 환자에게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네이버와 라인에서 글로벌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IT(정보기술) 서비스를 기획·운영한 박 대표는 2021년 루닛에 합류했다. AI 기술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루닛의 목표에 깊이 공감하면서다. 합류 후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주력했고 끝내 루닛케어 출범의 일등공신이 됐다. 루닛케어는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 역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백 의장은 평소 루닛케어 사업과 관련해 백 대표에게 꾸준히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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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언제나 정확한 정보 제공… 암 환자 두려움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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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모든 암에 대한 5년 상대 생존율(2018~2022년 진단)은 72.9%에 달했다. 그중 발생 순위가 가장 높은 갑상선암은 100.1%로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암 환자가 오래 살았다. 전립선암(96.4%), 유방암(94.3%), 신장암(87.3%)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암 생존율은 높은 편이지만 '암은 곧 죽는 병'이라는 대중들의 인식은 여전하다. 현 상황에 맞춰 '암은 만성질환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해야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환자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암 환자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병원 치료 이후 공백을 메우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진료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요약·정리하는 'AI 진료 노트'와 개인 맞춤 식단을 짜주는 'AI 영양사'가 대표적이다. 전담 의료팀 일대일 코칭, FACT-G(과학적 진단 도구) 기반 건강 상태 평가 등도 서비스에 포함됐다. 루닛케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연구와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 전문가가 검토한 게 특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환우회에서 유통되는 부정확한 내용은 배제했다. 루닛케어 서비스는 24시간 언제나 이용 가능하다.

루닛케어 등장에 암 환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루닛케어는 지난해 9월 1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암 전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국내 1위 자리에 올랐다. 1년여 동안 진행된 암 관리 프로그램 '루닛케어 플러스' 이용자의 리텐션(지속 사용) 비율은 88%에 육박했다. 기존 건강 애플리케이션 평균(8%)의 11배에 달한다. 지난달 말 유료 서비스로 공식 론칭된 후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의료팀이 관리할 수 있는 한계 수준까지 이용자가 등록된 상태다.


박 대표는 "암 관련 업체 대부분이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회복 단계에서 환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이 부족하다"며 "루닛케어는 암 환자의 상태와 건강 문제를 수치화해 진단하고 개인 맞춤 회복 목표를 제공하는 등 지속 관리 서비스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 중심, 의료 과학 기반, 디지털 접근성이 루닛케어만의 차별점"이라며 "세 가지를 동시에 구현한 암 관리 서비스는 아직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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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과 협업해 전 주기 서비스… 미국 진출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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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박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한 추가 서비스도 계획했다. 루닛과 협업해 '예방-검진-진단-치료-회복' 등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루닛이 AI 솔루션을 통해 암을 발견 및 치료하고 루닛케어가 암 진단 이후를 관리하는 구조다. 루닛 AI 리포트와 루닛케어 관리 서비스를 묶은 '검진센터 대상 공동 패키지' 시범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 정보·기능을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암 비서 루미'도 개발하고 있다. 루미는 환자의 컨디션 변화와 행동 패턴을 학습해 재발 위험 등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방침이다.

미국 시장 초기 파일럿 프로그램 론칭도 준비 중이다. 미국엔 1800만명이 넘는 암 환자가 있다. 치료 이후 삶의 질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크고 보험과 디지털헬스의 연계 모델이 활발해 상업성이 뛰어나다. 박 대표는 루닛케어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 병원·보험사와 파일럿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연내 초소형 파일럿을 먼저 론칭해 현지화와 임상 효과 검증을 병행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보험 연계 모델 전환은 오는 2026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암은 더 이상 죽음의 전조가 아닌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변하고 있다"며 "모든 암 환자가 암 이후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의미 있게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믿을 수 있는 의사 친구와 같은 디지털 동반자로 루닛케어를 키우고 싶다"며 "회복을 돕는 기술과 연구를 제공해 암 환자들을 이롭게 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