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이 주목된다. /사진=루닛


국내 1위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AI 관련 기업인을 초청한 자리에 서범석 루닛 대표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참석했을 정도다. 루닛은 업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대해 왔다. 미래 먹거리로는 바이오마커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매출·시총 1위 루닛… 업계 선두주자로 '주목'

루닛은 국내 의료 AI 분야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경쟁사 뷰노, 딥노이드와 견줬을 때 매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세 회사의 올 1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루닛 192억원 ▲뷰노 75억원 ▲딥노이드 10억원 등의 순서로 많았다. 지난해 연간 매출도 루닛이 54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뷰노(259억원)와 딥노이드(109억원)가 뒤를 이었다.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가총액 역시 루닛(1조4000억여원)과 뷰노(약 2600억원)·딥노이드(1300억여원)의 차이가 컸다.


수많은 의료 AI 기업 중 루닛이 이 대통령의 관심을 끈 것도 업계 1위 회사라는 배경이 작용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평소 AI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은 지난달 AI 기업인들과 만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 의료 AI 기업 중 유일하게 루닛이 해당 자리에 초청받았다. 서 대표는 간담회에서 약 5분 동안 홀로 발언하며 의료 AI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서 대표의 발언을 경청한 뒤 핵심 사항을 메모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루닛은 과학기술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 사업에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닛은 엑스레이 등 진단 영상을 AI로 분석해 질병을 검진하는 루닛 인사이트 CXR·MMG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CXR은 AI를 기반으로 폐 결절 등 흉부 엑스레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10가지 비정상 소견에 대한 진단·검출을 보조하는 솔루션이다. 루닛 인사이트 MMG는 유방 촬영 영상에서 유방암 의심 부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의료 현장에서는 루닛 솔루션으로 영상 판독 시간을 감축해 의료진의 업무 피로도를 낮추고 오진 위험을 줄여 환자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닛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성을 높이는 만큼 확보한 데이터의 양이 곧 AI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루닛 인사이트 MMG에 활용되는 유방 데이터는 업계 최고 수준인 30만장에 달한다. 루닛은 지난해 5월 볼파라 헬스를 인수하며 매년 유방 데이터 2000만장 수준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명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요국의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등의 대책도 시행하고 있다.

2030년 '65조원' 시장 겨냥… 루닛 스코프 '사업 확장'

사진은 지난 3월 루닛 주주총회에서 루닛 스코프 등 사업 계획을 설명한 서범석 대표(오른쪽)와 켄 네스미스 CBO(최고사업책임자). /사진=루닛


미래 먹거리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키우고 있는 것도 루닛의 강점 중 하나다. 바이오마커는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단백질 등 생체 지표를 의미한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만큼 루닛의 지속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루닛 스코프는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면역항암제 등 치료반응이 높은 환자군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루닛 스코프가 목표로 하는 시장은 오는 2030년 500억달러(약 65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약물 연구·개발에 있어서 바이오마커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 또한 지속 성장하는 추세라는 게 루닛 설명이다. 2022년 140억달러(약 18조원) 규모를 기록한 글로벌 종양 바이오마커 시장은 2023년부터 연평균 17.3%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루닛 스코프를 신약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면 임상 효율이 높아져 제약사의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연구용 의료기기는 의료기기 허가 없이 판매가 가능한 점을 감안, 루닛은 우선 루닛 스코프를 연구용으로 판매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향후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해 임상용으로도 판매할 계획이다. 루닛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루닛 스코프 활용과 관련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루닛 스코프와 제약사 약물을 동반진단 형태로 임상 승인을 받는 게 최종 목표"라며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5곳 이상과 이와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루닛 스코프 연구용 판매에 집중해 관련 매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