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오픈마켓∙이커머스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전자상거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셀러(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이나 소매업체)들은 오픈마켓 판매수수료율 공개를 반기지만 업체 측은 수수료율 공개만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판매수수료율 3~15%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수료율 공개 제도는 납품·입점업체가 백화점, 홈쇼핑 등에 내는 판매수수료를 매년 공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에게 납품업체들이 부당한 수수료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현재는 백화점과 홈쇼핑에 한정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TV홈쇼핑 실질 판매수수료율을 조사한 결과 백화점은 평균 22%, TV홈쇼핑은 27.8%로 집계됐다. 상품별로는 셔츠·넥타이 판매수수료가 가장 높았다. 백화점 28.5%, 홈쇼핑 36.0%로 주로 의류 품목에서 수수료율이 높게 나타났다.

수수료율이 가장 낮은 상품군은 백화점의 경우 도서·음반·악기(10.3%), 홈쇼핑의 경우 레저용품(6.5%)이었다. 대형가전, 디지털기기 등도 수수료율이 낮은 편에 속했다. 

또 백화점·홈쇼핑 모두 해외브랜드·대기업보다 국내브랜드·중소기업에 더 많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었다. 백화점의 국내브랜드 수수료율은 23.0%로 해외브랜드(14.7%)보다 높았고 중소기업 수수료율은 23.3%로 대기업(22.7%)보다 비쌌다. TV홈쇼핑이 대기업에 적용하는 판매수수료율은 24.6%인 반면 중소기업은 29.0%나 됐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SK플래닛, 인터파크,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오픈마켓·이커머스업체는 백화점과 홈쇼핑처럼 수수료율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판매수수료율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대략 6~7% 수준이었다.

다만 이들 업체는 카테고리별로 수수료율이 확연히 달라 평균수수료율은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류, 화장품, 도서, 가전제품 등 카테고리별 판매수수료율은 최소 3%에서 최대 15%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체로 가전제품, PC 등과 같이 비싼 제품은 판매수수료율이 5% 안팎인 반면 식품, 패션의류, 잡화, 화장품 등의 판매수수료율은 10%가 넘었다. 물론 카테고리별 판매수수료율 역시 회사마다 다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오픈마켓 수수료율 공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등 온라인 유통채널의 몸집이 커지면서다. 실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업태별 매출 비중은 백화점이 23.8%로 가장 높고 이어 온라인판매중개업체가 23.5%를 차지했다. 대형마트 22.5%, 편의점 16.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오픈마켓·이커머스 등 온라인판매중개업체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들은 대부분 중소 판매업체로 판매수수료율 인하를 끊임없이 주장했다.

◆“실효성 의문”… 부작용 우려도

이 같은 시각에 오픈마켓과 이커머스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에서 수수료율 공개 제도를 공식화한 게 아니어서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오픈마켓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홈쇼핑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라면서 “오픈마켓 판매수수료율이 공시되진 않지만 셀러들 사이에선 이미 수수료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서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화되지 않았을 뿐 이미 납품업체들 사이에서 오픈마켓·이커머스 수수료율이 사실상 공개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도 “마치 그동안 셀러를 상대로 갑질하며 불공정하게 수수료율을 책정해온 것처럼 비춰지는데 20%가 훌쩍 넘는 백화점∙홈쇼핑 판매수수료와 달리 전자상거래업체 판매수수료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며 “안 그래도 전자상거래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수료율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판매수수료가 셀러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지만 수수료 공개로 여론이 악화돼 회사 이미지만 나빠질 가능성이 높고 정작 소비자에게 유의미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무엇보다 판매수수료 공개를 계기로 앞으로 정부에서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는 등의 상황이 올 수 있어 두렵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반드시 생겨날 것”이라며 “백화점·홈쇼핑의 경우 공정위에서 수수료율을 공개하면서 수수료율 자체는 조금씩 떨어졌지만 판매수수료 외 납품업체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백화점은 인테리어비용과 광고비용을, TV홈쇼핑은 ARS 할인비를 부담하게 하면서 판매수수료 외 납품업체의 추가 부담 비용이 전년 대비 높아졌다. 백화점의 경우 2015년 납품업체의 인테리어비용 부담액과 광고비는 전년보다 매장당 370만원, 280만원씩 올랐고 TV홈쇼핑은 납품업체 ARS 할인비용 부담액이 440만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수수료율 공개 필요”

셀러 등 판매업체 측은 판매수수료율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입점업체 대표는 “지금은 업체마다 판매수수료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대략 알고 있지만 아직도 알음알음 알아봐야 하는 면이 있고 처음에 불필요한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판매수수료율부터 공개해야 다른 불합리한 문제점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셀러들 사이에서 수수료율이 ‘비밀 조항’이 아니라 해도 이는 결국 관행일 뿐”이라며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판매수수료율부터 공개해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개선할 근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