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폭발물. 13일 오전 8시41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1공학관 4층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터진 폭발물.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발생한 사제 폭발물 사건 피의자 A씨(25)가 지도교수의 논문 질책과 꾸중 때문에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5일 브리핑에서 "A씨가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평소 연구 지도 과정에서 의견 충돌 등이 있는 경우 심하게 질책하는 지도교수에게 반감을 가져왔다'고 했다"며 "특히 지난달 말 자신이 작성한 논문과 관련해 크게 꾸중을 들은 후 범행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도교수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교육적 의도로 A씨와 대화한 것'이라고 했다"며 "지도교수는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전달했다.

경찰은 A씨와 같은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8명을 대상으로 A씨와 지도교수의 관계 등을 모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지도교수가 A씨를 차별 대우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도교수가) 특별히 A씨만 심하게 꾸중한 내용은 없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강도로 꾸중했다"며 "다른 학생들 진술로는 지도교수가 욕설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한다. A씨 조사에서 '욕설'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소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욕설까지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교우 관계도 원만했고 지도교수가 연구나 논문과 관계없는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이른바 '갑질' 행위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현재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으로 지난 13일 자신이 직접 제작한 폭발물로 같은 학과 지도교수 B씨(47)의 손과 목 등에 1~2도 화상을 입힌 혐의(형법상 폭발물사용죄)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7시41~44분 사이 B씨의 교수연구실인 교내 제1공학관 479호실 앞에 폭발물이 담긴 종이상자, 쇼핑백을 놓고 갔다. B씨가 오전 8시41분쯤 출근해 상자를 여는 순간 급격한 화약 연소가 발생했다.

A씨는 지난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사건에서 이른바 '못 폭탄'(nail bomb)'이 등장한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돼 이 같은 범죄를 구상했고 실제 연구실에 있던 텀블러 안에 나사 수십개를 넣은 폭발물을 하숙방에서 직접 제작했다.

못 폭탄은 폭발물 자체 위력이 세지 않아도 폭발 추진력을 이용해 못, 바늘, 면도칼 등 치명적 금속물질들을 총알 같은 속도로 비산시켜 피해 규모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A씨가 제작한 폭발물은 다행히 화약 연소에만 그쳐 나사는 튀지 않았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후 8시20분쯤 연세대 인근 빌라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으며 14일 오후 10시30분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상해 혹은 살인미수 혐의 적용을 고려했으나 법리·판례 검토를 통해 폭발물사용죄에 자동 포함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별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