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화재 원인. 14일(현지시간) 런던 북켄싱턴에 있는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AP 제공)

지난 14일 오전 1시30분쯤(현지시간) 런던 북켄싱턴에 있는 고층 아파트인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특히 아파트 2층에서 화재가 시작된 지 수분 만에 24층 건물 전체로 화재가 확산된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렌펠 타워 아파트 인근의 한 주민은 14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불에 탄 플라스틱 피복으로 보이는 잔해들이 사방에 떨어져 있는데 싸구려 자재여서 썼을 것"이라며 "그들(건물 소유사)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 이런 피복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디언 역시 화재가 빠르게 확산된 것과 건물 외벽 피복 자재 간에 연관이 있는지 여부가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외벽 피복 자체보다는 건물 외부 단열 패널(insulation panels)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건물 외벽 공사를 할 때 단열 패널을 접착제 등으로 부착한 뒤 외벽 피복을 덧붙이는데 가연성 단열 패널 자체는 방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소방대는 지난 4월 고층 빌딩에 단열 패널을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해머스미스와 풀햄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조사 결과 단열 패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렌펠 타워 아파트 소유 및 관리사인 '켄징턴 첼시 주민 관리 모임'(KCTMO)의 로버트 블랙 최고경영자(CEO)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참사에 가슴이 아프다. 직원들이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개되는 상황을 봐서 추후 성명을 내겠다. 화재가 신속하게 번진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그렌펠 타워 아파트는 지난해 5월 860만파운드를 들여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에는 외벽 및 난방 시스템도 포함됐다.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화재 등 긴급상황 시 대피할 수있는 통로와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력히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노베이션 시공사인 라이든은 이날 "참담한 화재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모든 공사는 화재, 보건, 안전 기준을 엄수했다"고 강조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 역시 "안전기준 준수 여부 등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것"이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