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이다. 또한 역대 세번째로 한미 간 금리가 같아졌다. 이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의 이탈이 우려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미국의 금리인상인 만큼 시장에 주는 충격은 미약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이 유출할 가능성은 적으며 국내증시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DB
◆미국 6개월 새 3차례금리인상… 다소 ‘매파적’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이틀간 열린 FOMC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1.00~1.2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연준은 6개월 만에 세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한 수준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포함해 FOMC 위원 9명 중 8명이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연준은 노동시장의 강세와 미국 경제활동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점을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떨어지며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연실업률이 4.7%임을 고려하면 고용시장이 호황임을 시사한다. 또 연준은 “가계소비가 최근 반등했고 기업 고정투자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성명서에 적시하며 지난달 FOMC 회의 때보다 경제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최근 하락한 점을 지적했다. 통상 연준이 금리를 조정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는 물가와 고용지표다. 고용지표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진입했지만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물가는 당분간 연준의 목표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올 초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났지만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고 하반기에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분기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2%로 예상치에 부합하지 못한 바 있다.
이 같은 긍정적 시각은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에 점을 찍는 점도표에 나타나 있다. 이번 점도표를 보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 총 세차례 인상하는 등 기존의 금리전망을 대체로 유지했다. 또 연준은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대차대조표의 축소 작업을 올해 시작할 것이라고 성명서에 명시하며 구체 계획을 별도로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와 횟수를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구체적인 자산 매입계획을 발표한 점에 미뤄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스탠스를 보인 것으로 분석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6월 FOMC는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인 결과였다”며 “기준금리는 인상됐고 점도표에서 하반기 1회 추가 인상 전망도 유지됐으며 자산 긴축에 대한 계획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매파적 스탠스를 취하던 위원들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진 점은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 금리 격차 ‘0%’… 자본유출 우려는 ‘NO’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으로 한국의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한국은행은 2014년 4월부터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지난해 6월까지 기준금리를 다섯차례나 인하했다. 현재 금리는 1.25%로 미국과 동일하다. 한미 간 금리 차이는 2015년 초 2.25%였지만 2년 새 같은 수준으로 좁아졌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압박감이 커지고 있지만 막대한 가계부채와 내수 부진 등으로 금리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하나로 국내에서 자본이 유출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은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열고 “과거 경험을 보면 기준금리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금리고 채권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도 시장금리”라며 “자본 유출입은 금리 하나만이 아니라 시장 위험 선호 심리, 신용 위험, 유동성리스크 등을 통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제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한미 간 금리 동일화 현상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본다. 과거 두차례나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시기가 있었지만 모두 글로벌 경기호황에서 비롯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1999년, 2005년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당시 코스피지수는 두달간 각각 4.9%, 10.8% 상승세를 보였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경제는 뉴노멀에서 벗어나는 중이고 한국경제도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점증되고 있어 이번 금리인상도 배경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지난해 12월 이후 연준이 2차례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며 코스피가 19.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펀더멘털 강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코스피 상승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FOMC에서 위원들의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내증시는 높아진 실적기대감과 거시지표의 반등,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 등의 우호적 환경에 힘입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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