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일반담배와 맛은 비슷하면서 유해성을 대폭 줄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되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지난 5일 ‘아이코스’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BAT코리아는 오는 8월쯤 ‘글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에 한창이다. 연내에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성공기, 한국서 재현?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과 가로수길에 위치한 전용 매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기기 ‘아이코스’와 전용담배 ‘히츠’ 사전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5일 서울전역의 CU편의점과 이마트 내 일렉트로마트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아이코스는 실제 담뱃잎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특수제작된 담배제품인 히츠를 불에 태우지 않고 히팅하는 전자기기다. 담배연기나 재가 없고 기존 담배보다 냄새가 훨씬 덜나지만 담뱃잎 고유의 맛과 만족감을 제공한다.
특히 필립모리스 자체 연구결과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기존 담배연기에 비해 국제기관들이 정한 유해물질 또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이상 적게 포함됐다.
모이라 길크리스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연구개발(R&D) 박사는 “아이코스도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궐련제품 흡연에 비해 위험이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아이코스는 배터리가 내장된 충전 포켓에 히츠를 끼울 수 있는 홀더를 충전해 사용한다. 홀더에 히츠를 끼워 흡연하는 방식으로 1회에 횟수로는 14모금, 시간으로는 6분가량 사용할 수 있다. 한번 사용하기 위해서는 홀더를 충전 포켓에 넣고 약 4분가량 충전해야 한다. 충전 포켓은 전용 케이블을 통해 90분가량 충전하면 홀더를 20회가량 충전할 수 있다.
아이코스 국내 출시가는 12만원으로 사용빈도에 따라 기기 수명이 달라질 수 있으나 평균 1년가량 이용할 수 있다. 기본 보증기간이 6개월이며 사이트에 제품등록을 하면 6개월이 추가돼 1년 보증이 가능하다. 히츠 가격은 20개들이 한갑당 4300원으로 일반담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이코스는 일본에서 2015년 9월 먼저 출시됐으며 일본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 기준 8.8%로 현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까지 아이코스는 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한국 등 25개국에 출시됐으며 세계적으로 200만명 이상의 흡연자들이 일반담배를 끊고 아이코스 이용자로 전환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 측은 미국 본사 방침에 따라 국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사전 판매기간 전용매장에 아이코스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줄이 100m 이상 늘어섰을 정도로 흡연자들의 관심이 높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연기 없는 담배제품이 가져올 미래를 만들고 있고 이는 일반 궐련을 흡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코스를 통해 국내 성인흡연자들도 이런 미래에 동참하게 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많은 성인흡연자들이 아이코스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AT 8월, KT&G 연내 출시
경쟁사인 BAT코리아도 오는 8월 궐련형 전자담배기기 ‘글로’와 전용담배 ‘네오스틱’을 국내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BAT코리아는 사천공장에 2000억원가량을 투자해 네오스틱 전용 생산설비를 갖췄다. 아직 글로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사천공장에서 생산된 네오스틱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글로는 아이코스와 달리 충전 포켓과 홀더의 구분이 없는 일체형 기기다. 슬라이딩 형태의 덮개를 열고 네오스틱을 꽂은 후 버튼을 누르면 버튼 주위를 둘러싼 선이 깜박이면서 네오스틱이 가열된다.
글로는 120분가량 충전하면 30개비의 네오스틱을 연속해서 피울 수 있으며 아이코스와 달리 3분30초 내에 횟수 제한 없이 흡연이 가능하다. 특히 글로는 일체형인 만큼 청소가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네오스틱을 꽂는 구멍에 전용 솔을 넣고 1~2회 정도 닦으면 청소가 완료된다.
글로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가격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일본사례를 비춰보면 아이코스에 비해 글로와 네오스틱의 가격이 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아이코스와 글로는 각각 1만엔(약 10만2000원), 8000엔(약 8만2000원)에 판매되며 히츠와 네오스틱 가격은 각각 460엔(약 4700원), 420엔(약 4300원)이다.
글로는 지난해 12월 일본 센다이에 먼저 출시됐다. 출시 6개월 만에 지역 담배시장에서 7%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으며 오는 7월에는 도쿄·오사카·미야기로 판매지역을 확대하고 연내 일본 전지역으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BAT코리아는 수년 내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체 담배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글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BAT 글로벌 본사는 지난 1월 전자담배 R&D 선도업체인 레이놀즈아메리칸의 잔여지분 57.8%를 494억달러(약 57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전자담배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BAT코리아는 출시 시기는 필립모리스코리아에 뒤처졌지만 한국에 최상위 수준의 품질생산성을 갖춘 제조공장을 뒀다는 장점과 퍼스트무버 제품의 미비점을 보완한 우수한 제품성능 등을 앞세워 빠른 추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는 아이코스의 미비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담배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에 관심이 있는 한국 성인흡연자들에게 오는 8월쯤 글로를 출시해 메이드 인 코리아 네오스틱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KT&G도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의 행보와 담배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하는 중”이라며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내에는 출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