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성장관을 맞은 국토교통부의 행보가 주목받는다. 그동안 역대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대부분 부양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김현미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투기세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직접 주택·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강화를 요청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세입자의 권익이 강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기세력 근절의지 확고


김 장관은 지난달 23일 취임사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돈 때문에 서민 실수요자가 집을 못갖게 주택시장을 어지럽혀선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6·19 부동산대책’을 두고는 “투기세력에 보내는 1차 메시지”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2~3차 부동산규제를 내놓겠다는 의미다.

김 장관의 취임사는 파격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지난해 5월과 올 5월 사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이 떨어진 반면 집을 3채 이상 가진 사람의 비율이 늘고 5채 이상 가진 사람은 강남4구에서만 53%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4구는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29세 이하의 주택거래가 두드러져 편법거래를 의심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될 것으로 본다. 다주택자 양도세는 노무현정부가 만든 제도로 1가구2주택 이상을 가지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50% 더 부과한다. 이 제도는 박근혜정부 때 폐지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투기과열지구의 부활도 예상된다. 김 장관이 지목한 강남4구는 대표적인 투기지역이다. 국토부도 6·19대책 발표 당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 역시 노무현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규제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6억원 이상 주택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에서 40%로 낮아진다. 주택 구입을 위해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가 20% 줄어든다는 의미다. 또한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언급한 바 있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도 거론된다.
한편 김 장관은 17·19·20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주거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김 장관은 당시 67건의 부동산 법안을 발의했고 폐기처리된 20건을 제외한 47건이 주거복지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그중에는 대학생의 주거지원을 위해 주거실태 조사를 시행하거나 전세의 월세 전환 시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대통령령에 따라 비율을 제한하는 법안도 있었다.


◆대통령 특별지시 ‘세입자 보호’

김현미호의 또 다른 화두는 ‘세입자 보호’다. 김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집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세입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셋값 때문에 6번을 이사하고 결혼 11년 만에 경기도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며 “전세금 인상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고 아파트 불빛을 보며 눈물을 삼키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두 제도는 국토부의 우선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정부가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5%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종료 후 한차례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최소 거주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김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도 전월세대책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사전 준비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관할부처를 법무부에서 국토부로 이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시장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주인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는 데다 4년 단위로 전세금 인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서울 광진구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국토부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임대료 인상률을 3년 동안 20%로 제한한다. 프랑스는 정부가 발표하는 ‘임대료지수 상승률’ 이하로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연간 4250유로(약 542만원) 이하의 임대수입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인센티브정책을 쓴다.
국토부는 박근혜정부 시절 연구용역을 통해 민간 임대료 규제강화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 임대주택이 2년6개월 동안 임대주택이 8.36% 감소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장관에게 영세자영업자의 상가권리금 보호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상인들이 열심히 노력해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주인이 세를 올린다. 권리금 문제를 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권리금은 세입자가 임대차기간 동안 투자한 시설비와 영업적 노하우를 쌓은 데 대한 무형의 가치 등을 인정해 금전으로 보상받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임대차기간 동안 기존 세입자가 새 세입자와 권리금계약을 맺으면 건물주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전에는 건물주가 새 임대차계약을 거부하거나 직접 상가를 운영하는 등의 문제로 분쟁이 비일비재했다.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세입자가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문 대통령은 상가 임대차계약의 재계약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권리금 보호대상을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