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에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숙명의 라이벌’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10여년 만에 다시 금융지주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달 말 시가총액에서 7년 만에 신한금융을 눌렀고 올 1분기엔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선두자리를 되찾았다.

올 2분기 실적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은행뿐아니라 KB금융도 실적에서 신한금융을 앞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KB금융이 이처럼 날개를 펼친 데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공로가 컸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흔들린 조직을 추스르고 수차례 실패한 인수·합병(M&A)까지 잇따라 성공해 규모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DB

◆라이벌 구도 재연… 승자 무게추 기울다
엎지락뒷치락하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올 들어 라이벌 구도를 재연했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을 누르기 위해 수차례 날 선 검을 휘둘렀고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강력한 방패로 막아섰다. 그런데 올 들어 승자의 무게추는 KB금융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방어가 뚫린 곳은 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올 1분기 66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은행권 순위 1위에 올랐다. 신한은행은 기대와 달리 53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우리은행(6375억원)에 뒤처진 3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두번째 라운드는 시가총액에서 펼쳐졌다. KB금융은 6월29일 종가기준 24조1668억원을 기록해 신한금융(23조6625억원)을 추월했다. KB금융이 시가총액에서 신한금융을 넘어선 것은 7년 만이다. 이날 주가도 KB금융에 유리하게 흘렀다. 같은날 KB금융 주가는 5만7800원으로 전일(5만6300원)보다 2.66% 오른 반면 신한금융은 4만9900원으로 전일과 같은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사실 KB금융이 신한은행 시가총액을 앞선 것은 시장에서 이미 예견한 일이다. 지난 2월14일 종가 기준 당시 신한금융의 시가총액은 22조4059억원으로 KB금융(20조694억원)보다 2조가량 앞섰다. 하지만 불과 4개월 후인 지난달 20일 KB금융이 23조2470억원으로 신한금융(23조8048억원)의 뒤를 5578억원이라는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KB금융의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분기 실적에서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신한금융은 9년간 지켜온 순익 선두마저 빼앗기게 된다.


한국투자증권 실적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78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신한금융은 62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신한금융이 9971억원을 기록해 KB금융(8701억원)을 따돌렸지만 은행권에선 순이익과 순이자마진(NIM) 모두 KB국민은행이 앞섰다”면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2분기 때는 은행뿐 아니라 금융지주 순위까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DB

◆포용경영·강력한 리더십 ‘성과’
KB금융이 이처럼 맹추격할 수 있는 배경엔 윤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시달린 KB금융 내부를 추스르는 데 주력했다. 앞서 KB금융은 2014년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충돌하는 유례없는 사건에 휘말린 바 있다.

이른바 ‘KB사태’다. 두 인사는 동반 사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KB 내부는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윤 회장은 그해 11월 KB금융 회장에 올라 혼란스러운 조직을 서둘러 매듭짓는 데 주력했다. 내부출신인 윤 회장의 포용경영은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KB 내부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공격적인 리더십도 빛을 발했다.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구)LIG손해보험과 (구)현대증권을 연이어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KB금융은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숙원사업를 일부 해소했다. KB금융은 그동안 은행수익이 80%에 달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컸다. 하지만 (구)LIG손해보험과 (구)현대증권 인수로 쏠림현상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금융 M&A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떠올랐다. KB금융은 윤 회장 선임 전까지만 해도 M&A시장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외환은행을 비롯해 대형 M&A시장에서 번번이 쓴 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윤 회장이 선임된 이래 잇따라 M&A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굴욕을 깨끗이 씻어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의 악재도 KB금융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신한금융 역시 2010년 ‘신한사태’라는 불명예에 시달렸다. 이후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행장이 교체되는 특단의 결단으로 안정화를 꾀했으나 아직도 후유증을 완벽하게 씻어내지 못한 형국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CEO 리스크에 시달린 점은 동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신한금융의 상처가 더 깊었다는 평가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점이 KB금융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KB금융은 국내시장에 집중하고, 신한금융은 해외수익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우물 안 개구리’를 뛰어넘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궁극적인 목표인 셈이다.

신한금융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수차례 밝혔다. 신한금융의 포부가 실현된다면 이제 국내 순위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 있다.

또 진정한 성패를 가르기 위해선 올해 말까지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순히 분기 실적을 뛰어넘었다고 해서 리딩뱅크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여기에 우리은행도 금융지주사 설립을 준비 중이어서 언제 어떻게 KB금융의 강력한 경쟁자로 나설지 알 수 없다. 다가오는 2분기 실적발표시즌엔 KB금융의 표정이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